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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가사는 '속미인곡'입니다. '속미인곡'은 '미인곡 속편'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미인곡은 송강 정철의 '사미인곡'을 말합니다.

https://barlo.tistory.com/373

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사미인곡 속편으로 지어진 속미인곡.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내용인지 지금부터 봐보도록 합시다.


처음부분을 보면 대화체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속미인곡은 두 화자(갑녀, 을녀)의 대화체로 이루어지는 데 처음부분은 보조화자인 갑녀가 을녀를 보고 임과 이별하고 백옥경을 떠나온 이유를 묻는 부분입니다.

이에 대한 을녀의 대답으로 내용이 이어집니다. 임과 이별하게된 사연을 말하는데요. 여기서 특이점은 을녀는 임과 이별한 이유를 자신에게 찾고 있으며 다른 탓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를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조물주의 탓이라는 말때문에 혼동할 수도 있지만 조물주를 탓하기보다는 조물주가 자신을 만들때 이런 운명으로 만든 탓이다 정도로 운명론적으로 체념하는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서사부분으로 갑녀의 질문과 을녀의 답변으로 임과 이별한 사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본사는 갑녀의 위로 후 을녀가 임에 대해 염려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 임에 대한 염려는 정철의 당시 상황(유배 중)을 생각해볼 때 유배중이지만 이렇게 임금을 생각하는 충신이다라는 것을 여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을녀(중심화자)가 임의 소식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입니다. 산에 오르거나 물가에 가는 것은 임의 소식을 듣기 위해 멀리 보거나 뱃편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단 산에 오르면 구름과 안개가 물가에 가면 바람과 물결이 장애물로 님의 소식을 듣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렇게 임의 소식을 듣지 못해 더더욱 외로운 화자의 모습과 사공없는 빈 배의 모습이 겹쳐져 외로운 화자의 처지를 부각시킵니다. 이 때 을녀의 외로움을 부각시키는 빈배는 객관적 상관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의 소식을 듣지 못하고 돌아온 화자. 벽 가운데 등불이 밝게 켜져있지만 이를 보고 돌아올 이는 없습니다.(이 반벽청등 역시 객관적 상관물로 작용하며 화자의 외로움을 부각시킴비니다) 이에 슬픔을 느끼며 잠깐 잠을 드는데 꿈에서 임을 만나게 됩니다. 이 꿈이 임과 만나게 해주는 매게체로 작용하며 임의 모습에 염려하며 말을 하려하지만 닭소리에 잠이 깨버리게 되며 본사는 끝이납니다.

마지막 결사 부분입니다. 을녀는 낙월이라도 되어 임을 비치며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이 때 갑녀는 궂은 비가 되라고 하는데요. 달이 되어 님을 비추는 것을 임과 접촉하지 못하는 소극적 사랑이지만 궂은 비는 님과 접촉할 수 있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소극적 사랑을 말하는 을녀에게 적극적인 사랑을 하라는 갑녀의 위로로 속미인곡은 끝나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속미인곡에서는 '임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하는데요.

이러한 사실을 감녀와 을녀의 대화형식으로 표현하며 유배지에서 임금을 걱정하는 모습을 임과 이별한 여인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현대어 풀이를 보며 글의 내용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학습을 마무리해 보도록 합시다.


저기 가는 저 각시 어디서 본 듯도 하구나

천상의 옥황상제가 사는 궁궐을 어찌하여 떠나와사,

해가 다 져서 저문 날에 누구를 만나러 가시는고?

아아! 너로구나. 내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오.

내 모습과 이 태도가 임께서 사랑함 직하였겠냐마는,

(임께서) 어쩐지 나를 보시고 너로구나 하고 여기시기에

나도 임을 믿어 딴생각이 전혀 없어

아양과 교태로 어지럽게 굴었던지.

반기시는 얼굴빛이 옛날과 어찌 다르신고?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생각하니

내 몸의 지은 죄가 산같이 쌓였으니

하늘이라 원망하며 사람을 탓하랴?

서러워서 펼쳐 생각해 보니 조물주의 탓이로다.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오.

(나는) 마음속에 맺힌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임을 모시어서 임의 일을 내가 알거니

허약한 몸이 편하실 때가 몇 날일꼬?

초봄의 추위와 여름철의 무더위는 어떻게 지내시며

가을과 겨울에는 누가 모셨는고?

자릿조반과 아침저녁 진지는 예전과 같이 잘 잡수시는가?

기나긴 밤에 잠은 어찌 주무시는가?

임 계신 곳의 소식을 어떻게 해서라도 알려고 하니

오늘도 거의 저물었구나 내일이나 (임의 소식 전해줄) 사람이 올까?

내 마음 둘 곳 없다. 어디로 가자는 말인고?

(나무, 바위 등을) 잡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높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물론이거니와 안개는 또 무슨 일인고?

산천이 어두운데 해와 달은 어떻게 바라보며,

(눈앞의) 가까운 곳도 모르는데 (임 계신) 천리나 되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으랴?

차라리 물가에 가서 (임 계신 곳에서 배가 오나)뱃길이나 보려고 하니

바람과 물결 때문에 어수선하게 되었구나.

뱃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려 있는고?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 계신 곳의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초가집 처마 찬 잠자리에 한밤중이 돌아오니,

벽 가운데 걸려 있는 등불은 누구를 위하여 밝게 켜져 있는고?

(임의 소식을 알고자 산을)오르내리며 (강가를) 헤매여 방황하니

잠깐 사이에 힘이 다하여 풋잠을 잠깐 드니,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임을 보니

옥과 같이 곱던 모습이 반 넘어 늙었구나,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실컷 아뢰려고 하였더니

눈물이 바로 쏟아지니 말인들 어찌하며,

(마음속에 품은) 정도 다 못 풀어 목마저 매어오니

방정맞은 닭소리에 잠은 어이 깨버렸는고?

아! 헛된 일이로다. 이 임은 어디 갔는고?

꿈결에 일어나 앉아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니

가엽은 그림자만이 나를 따르고 있을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 있어

임이 계신 창문 안에 환하게 비치리라.

각시님, 달은커녕 궂은비나 되소서

-정철, 「속미인곡」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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