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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는 장석남의 '살구꽃'입니다. 살구꽃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살구꽃을 시적 대상으로 하여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시에서 말하는 '살구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 보도록 합시다.


 

마당에 살구꽃이 피었다

밤에도 흰 돛배처럼 떠 있다

흰빛에 분홍 얼룩 혹은

제 얼굴로 넘쳐 버린 눈빛

더는 알 수 없는 빛도 스며서는

손 닿지 않은 데가 결리듯

담장 바깥까지도 훤하다

 

지난 겨울엔 빈 가지 사이사이로

하늘이 튿어진 채 쏟아졌었다

그 하늘을 어쩌지 못하고 지금

이 꽃들을 피워서 제 몸뚱이에 꿰매는가?

꽃은 드문드문 굵은 가지 사이에도 돋았다

 

아무래도 이 꽃들은 지난 겨울 어떤,

하늘만 여러 번씩 쳐다보던

살림살이의 사연만 같고 또

그 하늘 아래서는 제일로 낮은 말소리, 발소리 같은 것 들려서 내려온

신(神)과 신(神)의 얼굴만 같고

어스름녘 말없이 다니러 오는 누이만 같고

 

(살구가 익을 때,

시디신 하늘들이

여러 개의 살구빛으로 영글어 올 때 우리는

늦은 밤에라도 한번씩 불을 켜고 나와서 바라다보자

그런 어느 날은 한 끼니쯤은 굶어라도 보자)

 

그리고 또한, 멀리서 어머니가 오시듯 살구꽃은 피었다

흰빛에 분홍 얼룩 혹은

어머니에, 하늘에 우리를 꿰매 감친 굵은 실밥, 자국들

 

- 장석남, 「살구꽃」


이 시를 읽을 때 뭔가 상처를 치유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뭔가 막연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개인적으로 조금 어려운 시라고 생각되는데요. 이는 이 시가 '살구꽃'과 이질적인 '바느질'의 이미지를 연결하여 의미를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시의 처음에서는 살구꽃이 핀 모습이 묘사됩니다. 살구꽃은 '밤에도 흰 돛배처럼 떠있다'는 것으로 묘사되는 데 이는 살구꽃이 하늘과 땅의 경계에 있음을 형상화해줍니다. 살구꽃은 하늘로 올라가지도 않지만 땅에 떨어지지도 않는 하늘과 땅에 경게에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1연에서는 살구꽃이 흐트러지게 핀 모습이 제시됩니다.

 

2연에서는 지난 겨울 살구나무의 모습을 통해 본격적이로 '바느질'의 이미지를 '살구꽃'과 연결시킵니다. 겨울에는 가지 사이사이가 앙상하기 때문에 그 사이로 하늘이 잘 보입니다. 이를 하늘이 '틑어진 채' 쏟아진것으로 표현해 '바느질'을 연상시키게 하고 그 하늘을 살구나무가 꽃을 피어 자기 몸뚱이에 꿰매는 것으로 표현해 '바느질'을 통해 하늘과 살구꽃을 연결시킵니다.

 

이러한 하늘과 연결된 살구꽃들은 3연을 볼때 어려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주는 신의 위로와 같다고 형상화되어 '살구꽃'이 땅의 존재인 '우리'를 '하늘'에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어머니를 '바느질'의 속성과 연결하여 틑어진 것들을 봉합하고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살구꽃'을 통해 치유와 화합의 세계를 보여주며 이러한 세계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해서 화자는 '살구꽃을 통한 치유와 하늘과 땅의 합일(천상과 지상의 조화)'를 표현합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구의 의미와 표현법을 학습하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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