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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민의 정을 가지는 것. 주변을 둘려보며 사람들의 삶의 상처을 어루만져주고 연민을 가지는 것.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정말로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 행동들입니다.

이번 시간에 다룰 시 '당신'에서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은 '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노래하고 있는데요. 시 분석에 들어가기 전 전문을 먼저 읽어보도록 합시다.


이른 아침 차를 타고 나가 보니 아낙네들은 얼어붙은 땅을 파고 무씨를 갈고 있었습니다 그네들의 등에 업힌 아이들은 고개를 떨군 채 잠들어 있었습니다 남정네들은 어디 갔는지보이지 않았습니다 논두렁에 불이 타고 흰 연기가 천지를 둘렀습니다

 

진흙길을 따라가다 당신을 만났습니다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당신은 아직 물이 마르지 않은 뻘밭에서 흙투성이 연뿌리를 캐고 있었습니다

 

혹시 당신이 찾은 것은 연뿌리보다 질기고 뻣센 당신의 상처가 아니었습니까 삽에 찍힌 연뿌리의 동체에서 굵다란 물관 구멍을 통해 사라진 것은 도로(徒勞)*뿐인 한 생애가 아니었습니까 목청을 다해 불러도 한사코 당신은 삽을 찍어 얼어붙은 연뿌리를 캐고 있었습니다

 

- 이성복, 「당신」

 

*도로: 헛되이 수고함. 보람 없이 애씀.


이 시는 화자의 시선의 이동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는데요. 화자는 시적 대상을 바라보며 두 대상(아낙네, 당신)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시의 내용의 흐름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렇 내용 흐름에서 화자는 "아낙네-얼어붙은 땅"과 "당신-뻘밭"을 ‘노동’이라는 표면적 연관성과 ‘상처’라는 이면적 연관성으로 서로 연결하여, 3연에 이르러 이렇게 확충한 정서를 외치는 것으로 집약시킴으로써 대상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오지랍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가끔은 주변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삶의 상처에 신경쓰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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