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고향'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됩니다. 어린시절의 기억이 남아있는 특별한 고향이지요. 그러나 성인이 된 후 고향을 떠나서 살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이 낯설기도 합니다. 이번 시간에 다룰 시 '낡은 집'에서는 이렇듯 고향에 돌아와서 느끼는 어색함과 이 어색함을 없애주는 가족의 따뜻한 정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시를 읽고 난 후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귀향이라는 말을 매우 어설퍼하며 마당에 들어서니 다리를 저는 오리 한 마리 유난히 허둥대며 두엄자리로 도망간다. 나의 부모인 농부 내외와 그들의 딸이 사는 슬레트 흙담집, 겨울 해어름의 집안엔 아무도 없고 방바닥은 선뜩한 냉돌이다. 여덟 자 방구석엔 고구마 뒤주가 여전하며 벽에 메주가 매달려 서로 박치기한다. 허리 굽은 어머니는 냇가 빨래터에서 오셔서 콩깍지로 군불을 피우고 동생은 면에 있는 중학교에서 돌아와 반가워한다. 닭똥으로 비료를 만드는 공장에 나가 일당 서울 광주간 차비 정도를 버는 아버지는 한참 어두워서야 귀가해 장남의 절을 받고, 가을에 이웃의 터밭에 나갔다 팔매질당한 다리 병신 오리를 잡는다.

 

- 최두석, 「낡은 집」


시 전문을 읽어보면 앞에서 말한 '가족간의 따뜻한 정'이라는 부분에 의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를 읽으면 뭔가 굉장히 객관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인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서술한 것으로 시인은 '담담한 어조로 다른 사람의 일을 보고하듯이 화자의 가족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기 때문이죠. 자신의 가족을 객관화하여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익살스러운 상황을 배치하여(벽에 메주가 매달려 서로 박치기한다) 가난한 삶이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웃음과 잔잔한 애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의 상황에서 '화자'는 오랜만에 고향집에 돌아온 상황입니다. 오랜만에 귀향이라 화자는 뭔가 어색함을 느낍니다.(오리가 도망감, 방바닥이 선뜩한 냉돌임) 고향집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듯한 모습(슬레이트 흙담집, 여덟자 방구석, 허리 굽은 어머니,노동량에 비해 턱없이 적은 일당을 받는 아버지)으로 그려집니다. 그러나, '화자'를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를 보면 동생은 반가워하며, 어머니는 방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군불을 피우고, 아버지는 아들(화자)에게 먹이기 위해 오리를 잡는 모습으로 가족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시를 읽을 때는 객관적인 서술(그리고 제목!)때문에 오해할 수 있지만 어둡고 괴로운 고향이 아니라 가난하지만 가족간의 정이 살아있는 고향으로 생각하며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320x10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