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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는 나희덕 시인의 '뿌리에게'입니다. 이 시는 흙과 뿌리를 의인화하여 시적 화자를 '흙'으로 청자를 '뿌리'로 비유하여 뿌리를 기르기 위한 흙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시를 읽으며 흙과 뿌리의 변화 과정을 알아보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 가려무나

 

척추를 휘어 접고 더 넓게 뻗으면

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

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

네 뻗어 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

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

 

네가 타고 내려올수록

단단해지는 나의 살을 보아라

이제 거무스레 늙었으니

슬픔만 한 두릅 꿰어 있는 껍데기의

마지막 잔을 마셔다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

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면

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지고 있을 테니

 

- 나희덕, 「뿌리에게」


시는 처음에 시적 화자인 '흙'의 회상으로 시작합니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를 기억하며 뿌리와 처음만났을 때 느꼈던 사랑의 기쁨과 뿌리에게 희생적 사랑을 주려했던 그때를 회상합니다. 뿌리를 만난 후 흙은 뿌리가 ‘푸른 줄기’로 솟아나도록 흙은 자신의 모든 것을 뿌리에게 아낌없이 줍니다. 뿌리에게 밝은 피를 주며 자신을 뚫고 오르게 하고 뿌리의 척추가 더 넓게 펼쳐지는 것에 어리석도고 은밀한 기쁨(이렇게 사랑을 줘도 뿌리는 모르기에 어리석지만 뿌리가 모르더라도 이렇게 희생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낌-모순형용)을 느끼며 뿌리를 위해 비우고 희생합니다. 사랑의 대상을 향해 자신을 끊임없이 비움으로써 새로운 생명을 일구어 내는 흙은 어머니의 이미지와도 통합니다. 그리고 뿌리는 점점 커지지만 흙은 단단해지며 거무스레 늙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한잔을 뿌리에게 주어 뿌리를 성장시키고 자신은 빈그릇이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뿌리는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게 되고 자연의 순환에 따라 흙 역시 다시 생명력이 채워져 또 다른 이를 향해 희생적 사랑을 줄 수 있는 상태가 되며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위한 희생적인 사랑'을 노래하며 이를 흙과 뿌리를 마치 모자관계와 같이 의인법을 통해 비유하여 말을 건네는 방식과 영탄적인 어조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의 표현법과 시구의 의미를 배우며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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