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성장할 수록 자신의 자아를 가지게 되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아가게 됩니다. 오늘 다룰 시 '뿌리로부터'는 이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인생의 모습을 '나무'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뿌리에서 시작된 존재지만 뿌리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제는 뿌리보다 줄기를 믿는 편이다
줄기보다는 가지를,
가지보다는 가지에 매달린 잎을,
잎보다는 하염없이 지는 꽃잎을 믿는 편이다.
희박해진다는 것
언제라도 흩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뿌리로부터 멀어질수록
가지 끝의 이파리가 위태롭게 파닥이고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당신은 뿌리로부터 달아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뿌리로부터 달아나려는 정신의 행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허공의 손을 잡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뿌리 대신 뿔이라는 말은 어떤가
가늘고 뾰족해지는 감각의 촉수를 밀어 올리면
감히 바람을 찢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소의 뿔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뿌리로부터 온 존재들,
그러나 뿌리로부터 부단히 도망치는 발걸음들
오늘의 일용할 잎과 꽃이
천천히 시들고 마침내 입을 다무는 시간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미 허공에서 길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사람
-나희덕, 「뿌리로부터」
시는 뿌리에 의지하는 삶을 살다 심경에 변화가 생겨 뿌리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뿌리를 벗어났을 때 불안정하고 예측불가능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에 화자는 결심을 한 것이죠. 이는 화자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과정으로 존재의 근원인 뿌리로부터 벗어날 수록 스스로 존재할 수 있다는 역설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며 불확실하고 위험하지만 이를 견뎌내며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찾으며 성숙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시는 '존재의 근원으로부터 벗어나며 스스로 자립하고 한단계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의 전체적인 의미를 살피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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