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사람은 성장할 수록 자신의 자아를 가지게 되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아가게 됩니다. 오늘 다룰 시 '뿌리로부터'는 이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인생의 모습을 '나무'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뿌리에서 시작된 존재지만 뿌리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제는 뿌리보다 줄기를 믿는 편이다

 

줄기보다는 가지를,

가지보다는 가지에 매달린 잎을,

잎보다는 하염없이 지는 꽃잎을 믿는 편이다.

 

희박해진다는 것

언제라도 흩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뿌리로부터 멀어질수록

가지 끝의 이파리가 위태롭게 파닥이고

당신에게로 가는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당신은 뿌리로부터 달아나는 데 얼마나 걸렸는지?

 

뿌리로부터 달아나려는 정신의 행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허공의 손을 잡고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다

 

뿌리 대신 뿔이라는 말은 어떤가

​가늘고 뾰족해지는 감각의 촉수를 밀어 올리면

감히 바람을 찢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소의 뿔처럼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뿌리로부터 온 존재들,

그러나 뿌리로부터 부단히 도망치는 발걸음들

오늘의 일용할 잎과 꽃이

천천히 시들고 마침내 입을 다무는 시간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미 허공에서 길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사람

 

-나희덕, 「뿌리로부터」


 

시는 뿌리에 의지하는 삶을 살다 심경에 변화가 생겨 뿌리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뿌리를 벗어났을 때 불안정하고 예측불가능하지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에 화자는 결심을 한 것이죠. 이는 화자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과정으로 존재의 근원인 뿌리로부터 벗어날 수록 스스로 존재할 수 있다는 역설적 인식을 바탕으로 하며 불확실하고 위험하지만 이를 견뎌내며 스스로 존재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찾으며 성숙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시는 '존재의 근원으로부터 벗어나며 스스로 자립하고 한단계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의 전체적인 의미를 살피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320x10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