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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향한 자조와 냉소. 많은 김수영 시들에서 보이는 특징입니다. 이번에 다룰 시 '그 방을 생각하며'에서도 시인은 혁명에 실패한 후 느끼는 이후의 삶에 대해 노래합니다. 시인이 방을 바꾸는 의미에 주목하며 시를 읽어보도록 합시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 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나는 인제 녹슬은 펜과 뼈와 광기-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담뱃진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김수영, 「그 방을 생각하며」


이 시에 대해 기존의 해석은 마지막부분에서 시인이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라고 한 부분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라고 했지만, 2022학년도 전국연합학력평가 해설지를 참고하면 다르게 해석해야 합니다.

2022학년도 3월 전국 연합 학력 평가 해설지에 나온 시에 대한 설명을 따르면

이 시는 4.19혁명의 실패와 좌절에 대한 시인의 대응을 잘 보여준다. 혁명의 실패는 화자의 가슴을 메마르게 하고 혁명의 구호와 노래도 헛소리처럼 느끼게 한다. 그렇지만 화자는 진실로 무거워야 할 실망의 무거움을 오히려 가벼움으로 삼으려는 역설적인 발상을 통해 그 좌절감에서 비켜서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화자는 그 좌절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며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기쁘고 풍성함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냉소와 서글픔을 노래한다.

이렇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즉, 혁명의 실패로 좌절하고 쉽게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일상을 살아가며 소소하게 기쁘고 풍성함을 느끼는 자신에게 냉소와 서글픔을 느끼는 혁명이 실패했지만 일상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서글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내신에서 공부할 때는 선생님의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업하시는 선생님께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이 시같은 경우 특별한 표현법보다는 시구에 쓰인 의미를 파악하며 전문해석을 읽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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