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이번 시간에 다룰 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화자는 김정호의 삶을 상상하며 그의 시점이 되어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대단한 업적으로 인정받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이지만 지도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그의 지도를 만드는 행위. 그리고 그때문에 느꼈을 마음 속 이야기에 주목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나를 쫓아온 눈발 어느새 여기서 그쳐

어둠 덮인 이쪽 능선들과 헤어지면 바다 끝까지

길게 걸쳐진 검은 구름 떼

헛디뎌 내 아득히 헤맨 날들 끝없이 퍼덕이던

바람은 다시 옷자락에 와 붙고

스치는 소매 끝마다 툭툭 수평선 끊어져 사라진다

 

사라진다 일념도 세상 흐린 웃음소리에 감추며

여기까지 끌고 왔던 사랑 헤진 발바닥의

무슨 감발에 번진 피얼룩도

저렇게 저문 바다의 파도로서 풀어지느냐

폐선된 목선 하나 덩그렇게 뜬 모래벌에는

무엇인가 줍고 있는

남루한 아이들 몇 명

 

굽은 갑*에 부딪혀 꺾어지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둡고 외진 길목에 자식 두엇 던져 놓고도

평생의 마음 안팎으로 띄워 올린

별빛으로 환해지던 어느 밤도 있었다.

희미한 빛 속에서는 수없이 물살 흩어지면서

흩어 놓은 인광만큼이나 그리움 끝없고

마주 서면 아직도

등불을 켜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돛배 한 척이 보인다

 

-김명인,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갑(岬) : 바다 쪽으로, 부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뻗은 육지.


시는 김정호의 시점으로 시상이 전개됩니다. 1연에서 화자는 지친모습입니다. 화자를 쫓아온 눈발은 이제 그쳤지만 눈 앞의 풍경은 어둠덮인 능선들과 바다 끝까지 길게 걸쳐진 검은 구름떼일 뿐입니다. 바람이 와 불고 수평선이 끊어져 사라지는 것을 보며 화자는 자신 속에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했던 열정도 그 때문에 겪었던 아픔과 저문 바다의 파도로 풀어져 사라지는 것을 보며 고독감을 느낍니다. 뭔가 허무해집니다. 고단함과 외로움을 느끼며 바다를 걷고 두고온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떠오릅니다. 그럼에도 등불을 켜고 어디론가 가는 배를 보며 화자는 지도를 완성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이렇게 이 시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느끼는 고독감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320x10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