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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는 말이야....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밈'이자, 어느새 현실에서도 조크로 많이 쓰고 있는 말들이죠. 기성세대들이 했던 '나 때는 말이야'를 유머러스하게 바꿔서 비꼬기도, 오히려 기성세대들이 자신들이 했던 것들을 내려놓으며 자폭의 의미로 유머러스하게 쓰기도 하는 말인데요. 오늘 다룰 시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같은 시를 접하다 보면, 왜 기성세대들 특히 7080들이 그렇게 '라떼(나 때 - 자신의 어릴적)'을 강조했는 지 알것 같습니다. 이 시에서는 자유가 억압되고 의사표현이 제한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도를 담고 있는데요. 현재에는 있을 수 없었던 이런 억압들(군사정권에 의한 독재)이 있던 사회에서 답답하게 자라난 세대들은 확실히 지금 세대의 자유로움이 어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강물이 얼고 눈이 내린 추운날 우리는 강물에 붙들린 배들을 구경하러 나갔다. 우리는 얼어붙은 강물에 붙들린 배들을 구경하며 억압된 사회에 붙들린 사람들을 떠올리며 '훈련받나봐, 아니야 발등까지 딱딱하게 얼었대'라고 비웃어댔다. 그 추운날 우리는 이 얼어붙은 강물이 우리의 의사소통을 막는 사회와 같다고 생각하며 그 위로 빙그르르 빙그르르 굴러다녔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동으로 이렇게 보여줄 수 있다. 무언의 반항이었다. 얼어붙은 강물과 추위로 언 하늘 사이에서 퍼지지 못하는 말들 우리의 의사표현은 이렇게 굳어 있었다. 얼어붙은 강에서 저어가지 못하는 배들과 얼어붙은 사회에서 날아가지 못하는 말들이 나란히 숨죽히고 있는 것을 비웃으며, 우리는 계속 뒹굴었지만...여전히 올 겨울은 몸시 추울 뿐이고 얼음은 여전히 '꽝꽝꽝' 단단하게 얼어있었다.

이 시를 학습할 때 내용 상의 주의점은

화자는 현실상황을 비판한다.(비웃음, 빙그르르) 그러나, 현실 상황이 바뀐점은 없다(현실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을 보면 추위로 대변되는 억압적 현실은 더욱 굳건해서 얼음이 더 단단하게 얼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때문에 현실 상황은 바뀐 것이 없거나 더 안좋아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시인은

1. 형상화의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형상화'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는 것처럼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화자의 정서나 화자가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시에서 참 많이 쓰이는 방법입니다. 이 시에서는 억압된 사회의 모습을 '추위', '얼어붙은 강', '그곳에 붙들린 배'들을 통해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2. 반복의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반복은 의미강조와 운율형성의 기능을 하지고 있어 시에서 굉장히 중요한 표현기법입니다. 이 시에서는 특히 화자의 현실 대응을 나타내는 '비웃음', '빙그르르'를 반복하여 비판의도를 강조하면서도 운율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복의 한 갈래인 대구법(유사한 문장구조를 가진 문장을 병치하여 의미를 강조하는 기법) 역시 쓰여 의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3. 행간걸침을 사용했습니다. '행간걸침'은 의도적으로 행을 구분하여 뒷 부분을 강조하는 방법입니다. 이 시에서도 2연의 '보았다', 3연의 '빙그르르'를 강조하기 위해 행간걸침을 사용한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럼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강물에 붙들린 배들을 구경하러 나갔다.

훈련받나봐, 아니야 발등까지 딱딱하게 얼었대.

우리는 강물 위에 서서 일렬로 늘어선 배들을

비웃느라 시시덕거렸다.

 

한강물 흐르지 못해 눈이 덮은 날

강물 위로 빙그르르, 빙그르르.

웃음을 참지 못해 나뒹굴며, 우리는

보았다. 얼어붙은 하늘 사이로 붙박힌 말들을.

 

언 강물과 언 하늘이 맞붙은 사이로

저어가지 못하는 배들이 나란히

날아가지 못하는 말들이 나란히

숨죽이고 있는 것을 비웃으며, 우리는

빙그르르. 올 겨울 몹시 춥고 얼음이 꽝꽝꽝 얼고.

 

 

 

- 김혜순, 「한강물 얼고, 눈이 내린 날」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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