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작품은 김기택 시인의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입니다. 이 작품은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공간의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 서로 대비되는 두 공간을 연결시키는 데요. 어떤 공간을 연결시키는지와 무엇을 기억해냈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방금 딴 사과가 가득한 상자를 들고
사과들이 데굴데굴 굴러 나오는 커다란 웃음을 웃으며
그녀는 서류 뭉치를 나르고 있었다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고층 빌딩 사무실 안에서
저 푸르면서도 발그레한 웃음의 빛깔을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그 많은 사과들을
사과 속에 핏줄처럼 뻗어 있는 하늘과 물과 바람을
스스로 넘치고 무거워져서 떨어지는 웃음을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사과를 나르던 발걸음을
발걸음에서 튀어 오르는 공기를
공기에서 터져 나오는 햇빛을
햇빛 과즙, 햇빛 향기를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지금 디딘 고층 빌딩이 땅이라는 것을
뿌리처럼 발바닥이 숨 쉬어 온 흙이라는 것을
흙을 공기처럼 밀어 올린 풀이라는 것을
나 몰래 엿보았네 외로운 추수꾼의 웃음을
그녀의 내부에서 오랜 세월 홀로 자라다가
노래처럼 저절로 익어 흘러나온 웃음을
책상들 사이에서 안 보는 척 보았네
외로운 추수꾼의 걸음을
출렁거리며 하늘거리며 홀로 가는 걸음을
걷지 않아도 저절로 나아가는 걸음을
- 김기택,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시를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1연과 2연이 차이가 있다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1연에서 언급되는 사과와 연급된 사실들 그리고 2연에서는 서류뭉치가 나옵니다. 이는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이질적인 두 공간을 연결시키는 것으로 시적 화자의 관찰 대상인 그녀의 내면에 있는 생명력을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은 '고층 빌딩 속 사무실'이라는 딱딱한 도시공간이지만 이러한 상상력을 통해 그녀 안의 생명력이 드러나며 화자는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라는 의문의 형식을 반복하며 운율을 형성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생명력 넘치는 수많은 자연을 연쇄적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면서 4연에서 지금 디딘 고층 빌딩이 땅이라는 것을이라는 답을 통해 도시의 콘크리트 아래 숨겨진 '흙'과 '뿌리'의 본질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그녀의 생명력에 대한 감탄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5연부터는 그러한 그녀를 '외로운 추수꾼'이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하며 도시의 사무실 속에서도 자연의 생명력을 간직한 그녀에 대한 감탄을 자연에 대한 상상으로 드러내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삭막한 빌딩 숲에서 일하지만 자신이 밟고 있는 땅이 원래 '흙'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내면의 힘을 간직한 그녀를 통해 '도시 문명 속에서도 잃지 않은 생명력에 대한 감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다양한 감각적 심상과 질문의 표현을 반복함으로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다시 한번 학습하며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