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연의 '산중잡곡'은 작가가 고향인 안동에 은거하며 자연 속에서 보낸 삶의 모습과 그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노래한 연시조입니다. 2025년 수능완성 모의고사에 수록된 이 작품은 자연에 대한 예찬, 늙음에 대한 감회, 그리고 현실에 대한 달관의 태도를 담고 있는데요. 먼저 작품을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와룡산(臥龍山) 내린 아래 반무당(半畝塘)*새로 여니
티 없는 거울에 산영(山影)이 잠겼구나
이 내의 경영(經營)하는 뜻은 그를 보려 하노라
<제1수>
솔 아래 길을 내고 못 위에 대를 쌓으니
풍월(風月) 연하(煙霞)는 좌우로 오는고야
이 사이 한가히 앉아 늙는 줄을 모르리라
<제3수>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녹음(綠陰)이 난다
금수(錦繡)추산(秋山)*에 밝은 달이 더욱 좋다
하물며 백설(白雪)창송(蒼松)*이야 일러 무엇하리오
<제8수>
도원(桃園)이 있다 하여도 예 듣고 못 봤더니
홍하(紅霞)*가 만동(滿洞)하니 이 진짓 거기로다
이 몸이 또 어떠하뇨 무릉인(武陵人)인가 하노라
<제14수>
육십 년(六十年)을 다 지낸 후에 또 두 해를 지냈더니
오늘날 봄을 보니 또 한 해 또 오도다
매일에 또 한 해 또 한 해 하면 천백 년(千百年)에 이르리로다
<제26수>
젊은 벗님네야 늙은이 웃지 마라
젊기는 잠깐 사이요 늙기사 더 쉬우니
너희도 나 같으면 또 웃을 이 있어라
<제38수>
칠십 년(七十年)을 다 지낸 후에 또 팔 년(八年)에 다다르니
한가한 이 몸이 수역 중(壽域中)*에 늙어 간다
오늘날 또 봄을 만나 격양가(擊壤歌)*를 하노라
<제39수>
늙기는 다 서럽거니와 오래 살기 어려우니
진실로 오래 살면 늙을수록 더 놀리라
우리는 낙이망우(樂而忘優)하야* 늙는 줄을 모르리라
<제44수>
-김득연, 「산중잡곡」
*반무당 : 조그만 연못, *금수 추산 : 비단같이 아름다운 가을 산
*백설 창송 : 눈 속에 푸른 소나무, *홍하 : 붉은 노을, *수역 중에 : 오래 살았다고 할 만한 나이로
•격양가 : 삶에 만족하여 부르는 노래, *낙이망우하야 : 삶을 즐기며 근심을 잊어
자연 속 은둔의 삶에 대한 만족
'산중잡곡'의 첫 부분은 화자가 자연 속에 자신만의 공간을 조성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 제1수: 와룡산 아래 작은 연못 '반무당'을 만들고, 그 맑은 수면에 비친 산 그림자를 보며 자연을 즐기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맑은 연못을 거울에 비유하는 것은 고전 시가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 제3수: 소나무 아래 길을 내고 연못 위에 정자를 쌓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활 공간을 만듭니다. '풍월 연하(바람, 달, 안개, 노을)'가 좌우로 오는 모습은 자연과 하나 된 삶의 즐거움을 보여줍니다.

- 제8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압축적으로 표현합니다. '금수추산(비단 같은 가을 산)', '백설창송(눈 속 푸른 소나무)'과 같은 시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하며, 자연을 즐기는 화자의 흥취를 강조합니다.

- 제14수: 화자는 자신이 사는 곳을 전설 속 이상향인 '도원(桃園)'에 비유하며, 스스로를 '무릉인'이라 칭합니다. 이는 현실의 공간이 이상향만큼이나 아름답다는 만족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늙음과 인생에 대한 성찰
'산중잡곡'은 자연에 대한 예찬뿐만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 또한 담고 있습니다.

- 제26수: 화자의 나이가 62세라는 것을 밝히며, 또 한 해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장수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냅니다. 이는 세월의 흐름을 인식하면서도 삶을 계속 즐기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 제38수: 젊은이들에게 **'젊음은 잠깐이요, 늙기는 더 쉽다'**며 훈계합니다. 이는 젊음이 유한하다는 점을 경계하고, 늙음을 조롱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내용입니다. 삶의 순리를 깨달은 노년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 제39수: 화자의 나이가 78세에 이르렀음을 밝히며, 장수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표현합니다. '격양가(태평성대를 노래하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노년의 삶에 대한 여유와 평온함을 보여줍니다. 이는 62세의 나이에 보였던 장수에 대한 욕망보다 훨씬 달관한 태도입니다.

- 제44수: '낙이망우(樂而忘憂)', 즉 '즐기며 근심을 잊는다'는 태도를 드러냅니다. 늙음은 서러운 일이지만 오래 살기 어렵기에, 오래 살수록 더욱 즐기며 살겠다는 삶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이는 늙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현재의 삶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산중잡곡'은 이처럼 자연 속에서의 삶의 흥취와 늙음에 대한 감회를 진솔하게 노래하며, 노년의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화자의 낙천적이고 달관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제 해설을 토대로 다시 한번 작품을 감상하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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