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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시인들이 좋아하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주변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에 공감하고 아픔을 나누기를 시인들은 참 좋아했죠. 오늘 다룰 시 '성에꽃'에서도 시인은 이러한

평범한 서민들의 삶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전문을 읽은 후 해석을 보도록 합시다.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

다시 꽃 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 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 최두석, 「성에꽃」


화자는 지금 새벽의 시내버스 안에 있습니다. 시을 읽으면서 화자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인데, 이 시는 처음에서 화자가 위치한 시간과 공간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화자는 바로 새벽의 시내버스 안에 있다고 말이죠. 이는 언듯 별 말이 아닌 것 같으나 화자가 동시대의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다른 공간에서)차창 너머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 속에서 그들의 숨결을 느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집니다. 그들과 같은 공간속에서 화자는 자리를 옮겨가며 서민들의 삶과 정서를 의미있고 소중한 것으로 느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엄동 혹한(부정적 상황)이지만 뜨거운 김을 내뱉으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 시의 특이점은 이렇게 시상을 전개하다 내용이 확 바뀐다는 점입니다. 서민들의 삶의 아름다움에 취하던 화자는 20행(덜컹거리는 창에-)부분부터 갑자기 '면회마져 금지된 친구'의 모습을 봅니다. 그 친구는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은 같은 의지 같은 목표를 가진 친구지만 지금은 면회조차 할 수 없습니다. 화자는 이를 통해 면회조차 금지하는 당시의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화자는 이렇듯 독재정권에 의해 힘겨운 시대지만 건강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에 대해 긍정하며 지금은 볼 수 없는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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