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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는 '한 문중에서 맏이로만 이어온 집안'으로 유교사회에서 집안의 모든 결정을 내리며 강력한 권력을 지녔었습니다. 유교사회에서 종가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고 힘있는 집 안은 그 지역 자체를 지배하며 마치 봉건 영주와 같은 생활을 했죠. 이번에 다룰 시 '종가'에서는 이러한 종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냅니다.

시의 내용은 '종가’의 의미를 바탕으로 유교적 권위의 폐해와 혈연 집단의 허위의식을 집약적으로 보여 줍니다. 폐쇄적이고 어두운 종갓집에 대한 묘사는 주제 의식을 부각하는 바탕이 되고 있으며, 종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소재를 통해 종가의 위계와 권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요. 종가의 권위에 억압당하던 주변인들의 모습과 부당했던 종가의 행위에 대한 묘사를 통해 봉건적 지배 질서의 불합리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무능력하면서도 생계유지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을 통해 종가에 담긴 허위적인 면을 풍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종가의 가장 어른인 종갓집 영감님이 소작인을 대상으로 고리대금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유교적 봉건질서가 무너졌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시인은 '피폐해진 종가의 모습을 통해 바라본 무너진 봉건 질서'라는 주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종가의 특징으로는

1. 과거와 현재 상황을 대비적으로 드러내어 시적 상황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2. 종가 구성원들의 행동을 현재 시제(-ㄴ다)로 생동감 있게 표현함으로써 종가의 이야기와 현실이 연관되도록 서술하고 있습니다.

3. 종가에 얽힌 경험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4. ‘종가’라는 하나의 공간을 대상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5. 이를 비유적표현(거미 알 터지듯), 희화화, 음성 상징어(쩡쩡-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도가 있죠:)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돌담으로 튼튼히 가려 놓은 집 안엔 검은 기와집 종가가 살고 있었다. 충충한 울 속에서 거미 알 터지듯 흩어져 나가는 이 집의 지손(支孫)*들. 모두 다 싸우고 찢고 헤어져 나가도 오래인 동안 이 집의 광영(光榮)을 지키어 주는 신주(神主)*들은 대머리에 곰팡이가 나도록 알리어지지는 않아도 종가에서는 무기처럼 아끼며 제삿날이면 갑자기 높아 제상(祭床) 위에 날름히 올라앉는다. 큰집에는 큰아들의 식구만 살고 있어도 제삿날이면 제사를 지내러 오는 사람들 오조 할머니와 아들 며느리 손자 손주며느리 칠촌도 팔촌도 한데 얼리어 닝닝거린다. 시집갔다 쫓겨 온 작은딸 과부가 되어 온 큰고모 손꾸락을 빨며 구경하는 이종 언니 이종 오빠. 한참 쩡쩡 울리던 옛날에는 오조 할머니 집에서 동원 뒷밥*을 먹어왔다고 오조 할머니 시아버니도 남편도 동네 백성들을 곧-잘 잡아들여다 모말굴림*도 시키고 주릿대를 앵기었다고. 지금도 종가 뒤란에는 중복사 나무 밑에서 대구리가 빤들빤들한 달걀귀신이 융융거린다는 마을의 풍설. 종가에 사는 사람들은 아무 일을 안 해도 지내 왔었고 대대 손손이 아-무런 재주도 물리어받지는 못하여 종갓집 영감님은 근시 안경을 쓰고 눈을 찝찝거리며 먹을 궁리를 한다고 작인(作人)들에게 고리대금을 하여 살아 나간다

 

- 오장환, 「 종가 」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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