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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의 제목은 '풍장'입니다. 풍장은 ‘시체를 한데에 버려두어 비바람에 자연히 없어지게 하는 장사법’을 지칭하는데요. 시인은 자신이 죽은 상황을 가정하여 풍장시켜달라는 요청을 하며 자신의 의지를 드러냅니다. 시인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 보도록 합시다.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가서 /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 남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 살을 말리게 해 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 바람 속에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 화장(化粧)도 해탈(解脫)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황동규 , 「풍장1」


시는 자신의 죽음을 가정하며 전개됩니다. 시에서 화자는 자신이 죽으면 풍장을 해주라는 바램을 말하는데요. 화자가 이와 같은 장례를 소망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화자의 바램은 시가 전개되면서 조금씩 물질 문명의 것들을 벗어나가며 더 강조되는 데요. 처음에 화자는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를 찬채로 자신을 옮겨달라고 하지만 도시에서 벗어나 풍장을 하게 될 곳으로 이동하며 점차 옷, 구두, 양말 등의 문명을 상징하는 것들을 벗어던지고 이승의 시간을 상징하는 손목시계마져 부서져나가며 바람 속에서 바람과 놀 길 바랍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의 일부가 되어 완전한 자유를 얻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이는 삶과 죽음을 자연이 순환하는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따름으로써 진정한 자유에 도달하려는 것며, 물질문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의 일부가 됨으로써 진정한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화자는 죽음 이후의 상황을 자신의 상상 속에서 그려 냄으로써 물질문명의 구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획득해 가고자 하는 소망을 더욱 풍부하게 전달하는 효과를 얻고 있는 것이죠..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표현법과 시구의 의미를 파악하고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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