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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는 서정주 시인의 '화사'입니다. '화사'는 '꽃 화'에 '뱀 사'를 쓴 것으로 직역하면 꽃과 같이 아름다운 뱀이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뱀이라고 하면 징그러운 느낌을 주는 데 이 뱀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하며 시인은 무슨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일까요? 시를 읽은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어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芳草) 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 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서정주, 「화사」


시의 처음에 사향 박하의 뒤안길에서 뱀의 모습이 나옵니다. 화자는 이 뱀을 아름답다고 하는데요. 바로 이어 대조되는 진술로 징그럽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뱀이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 때문이죠. 이는 기독교적인 원죄의식을 모티브(아담 이브 신화)로 표현한 것으로 뱀은 원죄를 가졌기 때문에 아름답지만 징그러운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러한 뱀에 대해 초반부에서 화자는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이라며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게 해 원죄를 범하게 한 뱀에 대해 증오하며 물어뜯고 달아나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화자는 뱀이 가진 원시적 아름다움에 끌립니다. 달아나라고 말하며 뱀에게 돌팔매를 던지면서도 뱀의 뒤를 따르게 되는 것이죠. 그러며 증오는 줄어들고 원죄의식을 부정하며(우리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런게 아니라) 뱀의 관능적 아름다움에 이끌리게 됩니다.

 

그리고 뱀의 관능적 모습을 소유하고 싶어하며 이러한 뱀의 매혹적인 모습이 순네에게 전이되길 바라면서 시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해서 시인은 '원시적 생명력의 갈구'라는 의미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죠. 이러한 내용을 뱀을 통해서 다양하게 비유하며 '붉은' 시각적 이미지를 더해 더욱더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구의 내용과 표현법을 이해하며 해석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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