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떤 사물을 보고 비슷한 맥락을 가진 기억을 생각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의 방식을 연상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시간에 다룰 시 맨발에서는 어물전에서 우연히 본 조개를 차분히 관찰하며 연상을 통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력하는 가장의 모습을 연상하며 그 안에서 얻은 통찰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껍질을 열고 바깥으로 나온 개조개의 속살의 움직임을 보며 '맨발'을 유추하고 죽은 부처의 맨발 그리고 다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나선 가장의 맨발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은 가장의 지난한 삶이 부처의 맨발 수행과 같은 고귀한 행위라는 시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데요. 이렇듯 시인은 우연히 본 조개를 보고 조개의 맨발에서 삶의 의미를 유추하여 인간의 삶과 등가의 관계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시라고 생각이 되는 데요. 쉽게 말하면 키조개의 움직임을 보고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가장을 생각하고 그 가장의 삶이 고귀하다라는 생각을 드러낸 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로 수능특강에 제시된 이 시의 주제는 '어물전 개조개의 맨발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입니다:)

이 시의 특징은 대상(조개)를 관찰하고 '맨발'을 유추한 후 '연상'을 통해 시상이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연상'을 통해 시상이 전개되는 만큼 키조개의 '맨발'-부처의 '맨발'-가장의 '맨발'의 공통점을 파악하고 이를 고귀하게 생각하는 시인의 관점을 숙지하고 공부한다면 보다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전문을 읽고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 문태준, 「맨발」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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