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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사과를 먹으며'에서는 사과를 먹는 일상적 경험을 통해 사과가 열리기 까지 필요한 주변을 살펴보며 생명 순환의 원리에 대한 시인의 깨달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상이 전개되며 점층적으로 확장되는 것들과 이들로 인한 깨달음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일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 보도록 합시다.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맛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해 온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 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함민복, 「사과를 먹으며」


시는 사과를 먹는다는 일상적인 체험에서 시작됩니다. 이 먹는다는 표현은 이 이후로 유사한 문장구조가 열거 반복되면서 대상이 확장되며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데요.

 

3행부터 9행까지는 사과를 존재하게 한 자연물들이

10행부터 12행까지는 사과와 함께한 인간의 노력이

13행부터 16행까지는 사과나무를 이루는 구성요소들이

17행부터 19행까지는 근원적인 대자연이

그리고 20행부터 24행을 통해 생명순환의 원리를 드러냅니다.

 

이때 20행부터 22행까지는 들여쓰기를 통해 시행을 낯설게 배치해 시적인 긴장감을 높이고

마지막 23행부터 24행까지는 '나'가 사과를 먹고 '사과'가 나를 먹는다는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서로(나=사람, 사과=대자연)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생명의 순환에 대해 나타내며, 사과, 인간은 모두 흙(자연)에서 태어나 흙(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해서 시인은 일상적 체험을 통한 사색으로 인식을 확장하고 이를 통해 생명의 순환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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