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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알 수 없어요'는 시인 한용운이 추구하고 있는 ‘님’의 존재에 대해 선문답적(禪問答的)인 화두(話頭)와 은유법을 통해 종교적 명상의 심화를 성취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인은 이 시에서 절대자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자연 현상을 통해 형상화하는 데요. 자연의 모습을 통해 형상화된 절대자의 모습에는 무엇이있는지에 중심을 두어 시를 감상해보도록 합시다.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한용운, 「알 수 없어요」


시를 읽어보면 이 시는 구조가 유사한 문장을 반복적으로 나열해 시상에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요. 각 행을 "누구의 ~입니까"라는 의문형 문장으로 종결함으로써 자연 현상에서 깨달을 수 있는 임의 모습을 통일성 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의문형 문장은 답을 필요로 하지 않은 설의적 표현으로 화자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자연 현상 속에서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동잎’을 ‘발자취’로, ‘푸른 하늘’을 ‘얼굴’로, ‘향기’를 ‘입김’으로, ‘시냇물의 소리’를 ‘노래’로, ‘저녁놀’을 ‘시(詩)’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시의 제목인 ‘알 수 없어요’는 화자가 이미 확인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6행에서는 절대적 존재가 지금 ‘밤’의 상황, 즉 시련 속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화자는 절대자에게 닥친 ‘밤’을 몰아 내기 위해 가슴을 태워 불을 밝히고 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약한 등불’이라는 표현을 통해, 미약한 힘이나마 최선을 다해 절대자를 둘러싼 밤을 몰아 내고자 하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끊임없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라는 역설적 표현 통해 나타내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시인은 '절대적 존재에 대한 동경과 구도의 정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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