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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것에 저항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래서 요즘은 '방관' 역시 처벌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다룰 시 '발효'를 이해하기 위해선는 이 '방관'의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요. 화자는 부정적 현실은 인식하면서도 이에 저항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자신에 대한 인식을 시에서 드러냅니다. 화자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 보도록 합시다.


부패해가는 마음 안의 거대한 저수지를

나는 발효시키려 한다

 

나는 충분히 썩으면서 살아왔다

묵은 관료들은 숙변을 내게 들이부었고

나는 낮은 자로서

치욕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 땅에서 냄새나지 않는 자가 누구인가

수렁 바닥에서 멍든 얼굴이 썩고 있을 때나

흐린 물 위로 떠오를 때에도

나는 침묵했고

그 슬픔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한때 이미 죽었거나

독약 먹이는 세월에 쓸개가 병든자로서

울부짖음 대신 쓴 거품을 내뿜었을 뿐이다

문제는 스스로 마음에 뚜껑을 덮고 오물을 거부할수록

오물들이 더 불어났다는 사실이다

뒤늦게 나는 그 뚜껑이 성긴 그물이었음을 깨닫는다

물왕저수지라는 팻말이 내 마음의 한 변두리에 꽃혀 있다

나는 그 저수지를 본 적이 없다

긴 가문 날 흙먼지투성이 버스 유리창을 통해

물왕저수지로 가는 길가의 팻말을 얼핏 보았을 뿐이다

그 저수지에 물의 법이 물왕의 도가

아직도 순환하고 있기를 바란다

그 저수지에 왕골을 헤치며 다니는 물뱀들이

춤처럼 살아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물과 진흙의 거대한 반죽에서 흰 갈대꽃이 피고

잉어들은 쩝쩝거리고 물오리떼는 날아올라

발효하는 숨결이 힘차게 움직이고 있음을

내 마음에도 전해주기 바란다.

 

-최승호, 「발효」


시에 처음에서 부터 화자의 의지는 드러납니다.

 

"부패해가는 마음 안의 거대한 저수지를 나는 발효시키려 한다" 화자는 자신의 마음이 부패해져간다고 인식하며 있으며 이를 발효시켜 생명력을 얻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기 반성에는 지난 날의 화자 자신에 대한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묵은 관료들은 숙변을 내게 들이부었고'라는 부정적 외부 상황도 있지만 화자는 '낮은자(보통 겸손함을 나타내지만 여기서는 권력에 맞서지 못한 자, 힘 앞에서 약해진 자 정도로 해석하는 게 좋습니다)'로서 이를 받아들입니다. 부정적 현실에 맞서지 못하고 받아들이며 이런 부정적 현실에 의해 피해가 생길때에도 침묵하며 그저 받아들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부정적 현실에 적응하고 살때 화자는 문제를 인식합니다. 문제를 덮으면 덮을 수록 문제는 더 커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후 화자는 물왕저수지를 상상합니다. 본적은 없지만 상상하는 그 저수지. 그리고 그 저수지의 모습을 통해 지금 잃어버린 생명력의 회복을 염원합니다. 그리고 본적은 없지만 그 저수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하며 자신의 바램을 전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부정적 현실에 저항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생명력 회복의 염원'을 드러냅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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