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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인식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만큼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 바로 죽음인데요. 이번에 다룰 시 '꿈 이야기'에서는 꿈 속에서 본 장면을 통해 화자가 죽음에 인식한 내용이 표현됩니다.

그럼 전문을 읽은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문(門)을 열고

들어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마을이 온통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그 훤출한 줄기마다

맷방석만한 꽃숭어리가 돌고

해바라기 숲 속에선 갑자기

수천 마리의 낮닭이

깃을 치며 울었다.

파아란 바다가 보이는

산모롱잇길로

꽃상여가 하나

조용히 흔들리며 가고 있었다.

바다 위엔 작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오색(五色) 비단으로 돛폭을 달고

뱃머리에는 큰 북이 달려 있었다.

수염 흰 노인이 한 분

그 뱃전에 기대어

피리를 불었다.

꽃상여는 작은 배에 실렸다.

그 배가 떠나자

바다 위에는 갑자기 어둠이 오고

별빛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 조지훈, 「꿈 이야기」


시의 처음부분에서 화자는 '문'을 통해 꿈 속 세계로 들어갑니다. 그 속에서 처음보이는 것은 마을. 마을엔 멋진 줄기와 꽃숭어리가 있는 해바라기 꽃밭이 있고, 그 속에선 수천마리의 낯닭이 깃을 치며 울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을은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명력이 넘치는 마을에서도 '죽음'은 발생하기에 죽은 사람을 실은 '꽃상여'가 마을과 바다를 잇는 산모롱잇길로 지나갑니다. 죽음을 상징하는 바다를로 향하는 꽃상여는 이동하고 곧 배에 실려 죽음의 세계 깊숙이 이동합니다. 그리고 배가 떠나자 어둠이 오고 별빛이 쏟아집니다.

화자는 이제 생각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문을 닫고 들어가면 문이 아니었다고 꿈에서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것을 본 것과 같이 현실도 그렇다고 꿈과 현실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화자는 '문'을 통해 꿈속 세계로 들어가 그곳에서 삶과 죽음이 연결된 것임을 확인하고, 그것이 꿈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문'밖 현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표현합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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