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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저 산이 날더러'는 박목월의 '산이 나라 에워싸고'의 시상 전개 방식과 유사한 전개 방식을 통해 힘들게 살아가는 화자의 모습을 형상화 하고 있습니다. 다른 여느 보통의 시의 희망이 한줄기도 보이지 않는 시. '저 산이 날더러' 전문을 읽은 후 해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이 날더러는

흙이나 파먹으라 한다

날더러는 삽이나 들라 하고

쑥굴헝에 박혀

쑥이 되라 한다

늘퍼진 날 산은

쑥국새 울고

저만치 홀로 서서 날더러는

쑥국새마냥 울라 하고

흙 파먹다 죽은 아비

굶주림에 지쳐

쑥굴헝에 나자빠진

에미처럼 울라 한다

산이 날더러

흙이나 파먹다 죽으라 한다

 

 

- 정희성, 「저 산이 날더러-목월 시 운을 빌려」

 


이 시는 '산이 날러더는'이라는 통사구조가 반복되며 시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때 산이 나에게 하는 말들은 '흙이나 파먹으라고 함', '쑥이 되라고 함', '쑥국새 마냥 울라고 함', '아비, 애미처럼 울라고함', '흙이나 파먹다 죽으라고 함' 등으로 좋은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실은 이는 화자의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의인법이 쓰여서 산이 화자에게 명령하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 형식을 통해 화자가 처한 힘들고 비참한 삶의 현실을 강조하는 이 시는 결국엔 화자 자신이 '산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라고 느낀 바를 서술하고 있는 것이니 화자는 자신의 현실을 매우 힘들게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자는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고 '쑬국새의 울음'이나 '아버지 어머니의 힘든 삶'을 통해 이 슬픔의 정서를 고양시킵니다.

마지막에 가서도 이 상황은 나야지지 않습니다. 1~2행의 내용이 반복, 변주되는 수미상관의 형식을 취하며 마무리되는데 2행의 내용에 '죽으라'가 덧붙여져 있습니다. 결국 이 힘든 삶이 나아지지 못한 채 끝날 것이라는 화자의 처량한 어떻게 보면 삶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시인은 '화자가 처한 힘든 삶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의인법, 수미상관의 기법으로 더욱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지요.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 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사실 전 이런 암울한 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아둥바둥하며 일어나려고 하는 시가 그런 글이 좋습니다. 힘든 시기는 누구나 있습니다. 그 힘든 시기를 누군가는 벗어나고 누군가는 벗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시기를 견디려는 의지가 있어야 벗어날 수 있거나 조금이나마 상황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삶에 지치지 않고 힘을 내길 바랍니다. 물론 저 자신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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