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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작품은 이육사의 '초가'입니다. 이 작품은 발표 당시 '유폐된 지역에서'라고 창작 장소를 밝힌 시로 작가는 이곳에서 오래전 떠나온 고향을 떠올려 시로 형상화 하고 있습니다. 시 속에서 떠올린 고향의 모습이 어떤지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구겨진 하늘은 묵은 얘기책을 편 듯

돌담 울이 고성같이 둘러싼 산기슭

박쥐 나래 밑에 황혼이 묻혀 오면

초가 집집마다 호롱불이 켜지고

고향을 그린 묵화(墨畫) 한 폭 좀이 쳐.

 

띄엄 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은

앞밭에 보리밭에 말매나물 캐러 간

가시내는 가시내와 종달새 소리에 반해

빈 바구니 차고 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레짠 두 뺨 위에 모매꽃이 피었고.

 

그넷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더니

앞내강에 씨레나무 밀려 나리면

젊은이는 젊은이와 뗏목을 타고

돈 벌러 항구로 흘러간 몇 달에

서릿발 잎 져도 못 오면 바람이 분다.

 

피로 가꾼 이삭이 참새로 날아가고

곰처럼 어린 놈이 북극을 꿈꾸는데

늙은이는 늙은이와 싸우는 입김도

벽에 서려 성에 끼는 한겨울 밤은

동리(洞里)의 밀고자인 강물조차 얼붙는다

 

-이육사, 「초가」


처음에 화자는 화자 자신의 현재 위치를 묘사합니다. 화자가 있는 장소는 구겨진 하늘이 보이는 돌담 울이 고성같이 둘러싼 산기슭으로 퇴락한 산기슭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화자가 현재있는 곳은 적어도 따뜻하고 좋은 곳은 아닌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박쥐의 날개 및에 황혼이 묻혀오며 호롱불이 켜지며 저녁이 오고 화자는 고향을 그린 묵화를 보는 데 그 묵화에는 좀이 쳐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묵화가 오래되었음을 말해주며 화자가 고향을 떠난지 오래되어 기억이 희미해 고향에 대한 단편적인 기억들만이 남아있음을 보여줍니다.

 

2연부터는 그림 조각을 통해 고향의 모습이 형상화되는데요. 띄엄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은 고향에 대한 화자의 단편적인 기억이나 인상들을 보여줍니다. 먼저 제시된 것은 고향의 봄의 모습인데요. 화자가 기억하는 고향의 봄은 보리밭, 가시내와 종달새 소리 등 따뜻하고 낭만적인 분위기 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3연에서 급반전을 보이는데요. '그넷줄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는' 농가의 속신을 비웃듯 여름에 홍수가 나 풍년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젊은이는 농촌이 아닌 항구로 돈을 벌러 가지만 뗏목을 타고가는 등 불안정한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추워지는 계절이 와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죠

 

4연에서는 피폐해진 농촌의 문제를 보여줍니다. 피로 가꾼 이삭이 참새로 날아가고 곰처럼 어린 놈이 북극을 꿈꾸며 농촌을 벗어나려고 하는 계절. 고향의 겨울이 오고 이 풍경을 동리의 밀고자인 강물조차 얼붙는 삭막한 이미지로 보여주며 시는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피폐해진 현실 상황'을 보여주는데요. 고향의 모습을 계절의 흐름에 따라 낭만적인 봄에서 비극적인 겨울로 시상을 전개하여 악화되어 가는 일제 강점기의 현실을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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