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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하늘만 곱구나'를 이해하려면 '유이민'이라는 단어를 먼저 이해해야합니다.

'유이민'이란 사전적인 뜻으로 '타지로부터 흘러들어 온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유이민은 우리 문학에서 언급될 때는 일제강점기때 일제의 수탈을 피해 만주로 떠난 사람들을 뜻하는데요. 광복 후에 이러한 유이민이 어떠한 기대를 가지고 돌아왔을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집도 많은 집도 많은 남대문턱 움 속에서 두 손 오구려 혹혹 입김 불며 이따금씩 쳐다보는 하늘이사 아마 하늘이기 혼자만 곱구나

 

거북네는 만주서 왔단다 두터운 얼음장과 거센 바람 속을 세월은 흘러 거북이는 만주서 나고 할배는 만주에 묻히고 세월이 무심찮아 봄을 본다고 쫓겨서 울면서 가던 길 돌아왔단다

 

띠팡*을 떠날 때 강을 건널 때 조선으로 돌아가면 빼앗겼던 땅에서 농사지으며 가 갸 거 겨 배운다더니 조선으로 돌아와도 집도 고향도 없고

 

거북이는 배추 꼬리를 씹으며 달디달구나 배추 꼬리를 씹으며 꺼무테테한 아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배추 꼬리를 씹으며 거북이는 무엇을 생각하누

 

첫눈 이미 내리고 이윽고 새해가 온다는데 집도 많은 집도 많은 남대문턱 움 속에서 이따금씩 쳐다보는 하늘이사 아마 하늘이기 혼자만 곱구나

 

-이용악, 「하늘만 곱구나」

 

* 띠팡: ‘장소’의 중국말. 여기서는 만주를 의미함.


이 시는 거북이네 일가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일제 강점기에 삶의 터전과 고향을 잃고 만주를 떠돌던 유이민들이 해방이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고통스러운 현실을 겪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는 처음부터 집도 많은 남대문턱 움 속에서 두 손 오구려 혹혹 입김 부는 모습을 통해 가난한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집도 많은 남대문턱이지만 거북이네는 움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비참한 삶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2~3연에서는 거북네의 사연이 드러납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를 피해 만주로 갔던 거북이네는 만주에서 고난을 겪으며 봄(광복)이 오길 기다렸고 봄을 본다고 하여 조선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조선에서의 삶에 대해 기대를 한 거북이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떠나기 전에 살았던 집도 없어졌으며 공동체도 사라져 버린 것이죠.

 

4연에서는 다시 한번 가난한 삶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제시됩니다. 보통은 먹지 않는 배추 꼬리를 씹으며 달디달구나 하는 거북이의 모습은 가난한 유이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화자는 그런 거북이가 무엇을 생각할까 궁금해하며 연민의 정서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마지막 5연에서는 새해가왔지만 변함없는 거북네의 삶과 이와 대조적으로 곱기만한 하늘의 대조를 1연의 내용을 반복 변주하여 제시하여 수미상관기법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 시는 '해방 후에도 고통이 계속되는 유이민들의 삶'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시는 1946년 12월 전재 동포 구제를 위한 '시의 밤'에서 낭송된 시로 그들의 삶을 당시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지어진 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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