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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 '고향아 꽃은 피지 못했다'는 일제 강점기에 고향을 떠나 살아야만 했던 유이민들의 삶을 형상화하여 나타내고 있습니다. 화자의 현재 상황에 주목하여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하얀 박꽃이 오들막*을 덮고

당콩* 너울은 하늘로 하늘로 기어올라도

고향아

여름이 안타깝다 무너진 돌담

 

돌 우에 앉았다 섯다

성가스런 하루해가 먼 영에 숨고

소리 없이 생각을 드디는 어둠의 발자취

나는 은혜롭지 못한 밤을 또 부른다

 

도망하고 싶던 너의 아들

가슴 한구석이 늘 차그웠길래

고향아

돼지굴 같은 방 등잔불은

밤마다 밤새도록 꺼지고 싶지 않았지

 

드디어 나는 떠나고야 말았다

곧 얼음을 녹아내려도 잔디풀 푸르기 전

마음의 불꽃을 거느리고

멀리로 낯선 곳으로 갔더니라

 

그러나 너는 보드러운 손을

가슴에 얹은 대로 떼지 않었다

내 곳곳을 헤매어 살길 어두울 때

빗돌처럼 우두커니 거리에 섰을 때

고향아

너의 부름이 귀에 담기어짐을

막을 길이 없었다

 

“돌아오라 나의 아들아

까치 동주리 있는

아까사야가 그립지 않느냐

배암장어 구워 먹던 물방앗간이

새잡이 하던 버들방천이

너는 그립지 않나

아롱진 꽃그늘로

나의 아들아 돌아오라"

 

나는 그리워서 모두 그리워

먼 길을 돌아왔다만

버들방천에도 가고 싶지 않고

물방앗간도 보고 싶지 않고

고향아

가슴에 가로누운 가시덤불

돌아온 마음에 싸늘한 바람이 분다.

 

이 며칠을 미칠 듯이 살아온 내게

다시 너의 품을 떠날려는 내 귀에

한마디 아까운 말도 속삭이지 말어다오

내겐 한 걸음 앞이 보이지 않는

슬픔이 물결친다.

 

하얀 것도 붉은 것도

너의 아들 가슴엔 피지 못했다.

고향아

꽃은 피지 못했다.

 

-이용악, 「고향아 꽃은 피지 못했다」

 

*오들막 : 오두막의 함경도 방언.

* 당콩 : 강낭콩.


화자는 현재 고향에 돌아와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화자는 돌아온 고향에서 안도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화자는 과거 바깥 세계에 대한 열망을 품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왔습니다. 고향을 떠난 화자는 힘겨운 삶을 살게 되었고 여전히 기억속에서 남아있는 고향의 따뜻함에서 자신을 부르는 힘을 느끼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렇게 먼길을 돌아왔지만 화자는 고향의 공간이 보고 싶지 않아집니다. 이는 돌아온 고향의 모습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화자는 고향에서도 안도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시 고향을 떠나려고 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이 작품은 유이민의 삶을 형상화하여 '어디에도 안착할 곳을 찾지 못한 유이민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고향을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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