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시의 제목은 '꽃피는 시절'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시는 꽃이 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화자는 꽃이 피는 어떤 점에 주목하여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입가에서 잔잔한 웃음이 되려 하셨지요
부르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생각지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당신이 올 때면 먼발치 마른 흙더미도 고개를 듭니다
당신은 지금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벗고 싶어 몸부림하지만
내게서 당신이 떠나갈 때면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 난 몸뚱이 갈가리 찢어지고
나는 울고 싶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물사발 들이켜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낼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막막합니다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내 안에 있지만
나는 당신을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막만 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 이성복, 「꽃피는 시절」
시는 '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라는 첫 행으로 시작됩니다. 나와 당신이지만 제목에서 유추하면 이는 '나'는 '꽃나무 줄기(외피)'를 '당신'은 '꽃'을 의인화 한 것 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 시는 꽃나무 줄기와 꽃을 인격화하여 개화의 과정을 형상화 하고 있는데요. 꽃이라는 결과물보다는 꽃을 피우기 위한 인고와 희생의 모습에 주목합니다.
그 결과 추운 땅속에서 온갖 시련을 겪으며 헤매다 ‘나’에게 벗어나 하얀 꽃잎으로 피어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꽃을 피워 내기 위해서 목이 갈라지고 실핏줄이 터지고, 눈, 귀, 몸뚱이 갈가리 찢어지는 시련을 거쳐야하며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막막’하고,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 같지만 이러한 고통도 견뎌야 함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고통과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며 피어나는 꽃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꽃이 피어나는 과정에서 희생과 인고의 자세에 주목해 피어나는 꽃의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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