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작품은 '청산행'입니다.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청산으로 가려는 화자의 마음'이 드러나 있는 작품인데요. 청산과 속세의 공간을 대비하며 시를 읽은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손 흔들고 떠나갈 미련은 없다
며칠째 청산에 와 발을 푸니
흐리던 산길이 잘 보인다
상수리 열매를 주우며 인가를 내려다보고
쓰다 둔 편지 구절과 버린 칫솔을 생각한다.
남방으로 가다 길을 놓치고
두어 번 허우적거리는 여울물
산 아래는 때까치들이 몰려와
모든 야성을 버리고 들 가운데 순결해진다.
길을 가다가 자주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서른 번 다져 두고 서른 번 포기했던 관습들
서쪽 마을을 바라보면 나무들의 잔숨결처럼
가늘게 흩어지는 저녁 연기가
한 가정의 고민의 양식으로 피어오르고
생목 울타리엔 들거미줄
맨살 비비는 돌들과 함께 누워
실로 이 세상을 앓아 보지 않는 것들과 함께
잠들고 싶다
-이기철, 「청산행」
화자는 현재 청산에 와있는 상태입니다. 속세와 결별하고 청산에서 삶을 선택한 화자는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흐리던 산길)이제는 자연에 친숙해진 상태입니다.(잘보인다) 자연에 친숙해졌지만 아직 완전히 자연에 동화되지 못한 화자(쓰다 둔 편지 구절과 버린 칫솔을 생각한다)는 과거를 생각합니다. 화자는 과거에도 몇번이나 속세를 떠날고 했지만 속세를 떠나지 못했습니다.(서른 번 다져두고 서른 번 포기했던 관습들) 속세는 화자에게 부정적인 공간으로(길을 놓치고, 허우적거리는 여울물) 모든 자연적인 것들을 길들여서 야성을 잃게하는 공간(때까치~순결해진다)입니다. 그런 속세를 떠난 화자는 자연(청산) 속에서 속세의 고단한 삶을 생각하게 하는 인가를 보며 자연과 함께 싶어하는 소망을 드러내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이시는 '청산'에서의 삶을 선택한 화자가 점차 자연에 동화되는 과정을 형상화하며 대비되는 성격의 소재와 공간을 통해 '자연에 동화되고 싶은 소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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