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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나무의 옷'은 초록이 가득한 산에 취한 경험을 통해 인간 세상의 고뇌와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에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낸 시입니다. 시를 읽으며 인간세상과 다른 자연의 모습이 어떤지를 생각하고 마지막에 화자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생각한 후에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상수리는 일흔 번 제 씨앗을 땅으로 보내고도

아직 청년으로 살아 있다

신발에 물소리가 감기는 파계천(把溪川)에서는

물소리와 쓰르라미 소리가 구별되지 않는다

눈앞에 펼쳐진 수해(樹海) 속의 잎들은 모두 쾌청이어서

여기 오면 고뇌란 오직 인간의 몫임을 불전(佛典) 없이도 안다

 

반짝이는 잎새들의 민감한 흡입력으로

햇살은 남김없이 푸름 속으로 빨려 들어

산 하나가 온통 초록의 대관식에 취해 있다

앞서간 바람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서간 사람들만 마을의 안부가 궁금해 뒤를 돌아본다

 

소나무 잣나무들은 둥치마다 태고를 닮은 껍질의 옷을 입고 있다

옷 한 벌이면 넉넉히 일생을 견디는 나무들 곁에서

사람들만 아침저녁 옷 벗고 옷 갈아입는다

산에 든 자 삭발하고 베옷 입음은

절록(絶綠)을 뜻함이 아니라 뼈를 갈아 끼우지 못하는 육신을

냉혹으로 다스리기 위함이다

 

길 위에 발자국 남기지 않은 선승(禪僧)들은

가랑잎을 밟고 경전의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길 끝에 달린 시장에는 푸른 오전부터

상품과 선거 포스터로 들끓는다

맨발로 서면 다람쥐 족제비들도 맘에 닿는 이 산속에서

나는 왜 옷과 신발을 벗어 전나무 가지에 던질 수 없나

 

-이기철, 「나무의 옷」


1연에서는 상수리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생명령 넘치는 모습을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드러내면서 인간과는 다르게 고뇌가 존재하지 않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2연에는 햇살이 비치는 산의 모습을 초록의 시각적이미지로 드러내며 자연의 생명력을 말함과 동시에 지나간 사실에 집착하지 않는 자연의 모습을 인과 대비하여 보여줍니다.

 

3연에서는 나무의 껍질을 통해 인간과 비교하여 물적 욕망에 집착하지 않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4연에서는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선승들의 조용한 모습과 욕망이 넘치는 시장의 모습을 대비해 인간세상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5연에서는 자연에 와 있지만 자연에 귀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자신의 심정을 노래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자연에 대한 동경과 자연으로 귀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드러냅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자연에 귀의하고자 하지만 귀의하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럼 이제 전문 해석을 통해 시구의 의미와 표현법을 알아보며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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