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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학'에서는 자신을 '학'에 비유하여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에 묘사된 학의 모습을 통해 화자가 자신의 처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 보도록 합시다.


나는 학이로다

 

박모(薄暮)*의 수묵색 거리를 가량이면

슬픔은 멍인 양 목줄기에 맺히어

소리도 소리도 낼 수 없누나

 

저마다 저마다 마음속 적은 고향을 안고

창창한 담채화 속으로 흘러가건만

나는 향수할 가나안의 복된 길도 모르고

 

꿈 푸르른 솔바람 소리

아득한 풍랑인 양 머리에 설레노니

 

깃은 남루하여 올빼미처럼 춥고

자랑은 호을로 높으고 슬프기만 하여

내 타고남이 차라리 욕되도다

어둑한 저잣가에 지향없이 서량이면

우러러 밤서리와 별빛을 이고

나는 한 오래기 갈대인 양

 

— 마르는 학이로다

 

-유치환, 「학」

 

*박모: 해가 진 뒤 어스레한 동안. 땅거미.


 

이 작품에 묘사된 '학'을 보면 일반적으로 쓰이는 고고하고 지조높은 이미지가 아니라 슬픔과 향수에 젖어있는 남루하고 처량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2연에서는 슬픔에 젖어 있고, 3연에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그리고 있고, 4연에서는 아득한 꿈만 꾸는 모습, 5연에서는 남루하고 고독한 처지를 그려냅니다. 그리고 자신을 마르는 학이라고 하며 시상을 집약시키고 시를 종료합니다.

 

이렇게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슬픔과 향수에 젖어있는 처량한 자기 인식'을 드러냅니다. 이 시에서는 이렇게 처량한 자기 인식을 드러낼 뿐 이에 대한 극복의지는 나타나고 있지 않아 안타까운 느낌을 더합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표현법과 시구의 내용을 더 자세히 알아보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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