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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 다룰 시 출생기(出生記)는 제목 그대로 '출생의 기록'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출생했던 당시를 시로 기록하며 당시 상황에 대해 나타내고 있는데요. 시에서 나타난 상황과 분위기에 주목하여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검정 포대기 같은 까마귀 울음소리 고을에 떠나지 않고

밤이면 부엉이 괴괴히 울어

남쪽 먼 포구의 백성의 순탄한 마음에도

상서롭지 못한 세대의 어둔 바람이 불어오던

-융희(隆熙) 2년!

 

그래도 계절만은 천 년을 다채(多彩)하여

지붕에 박넌출 남풍에 자라고

푸른 하늘엔 석류꽃 피 뱉는 듯 피어

나를 잉태한 어머니는

짐짓 어진 생각만을 다듬어 지니셨고

젊은 의원인 아버지는

밤마다 사랑에서 저릉저릉 글 읽으셨다

 

왕고모댁 제삿날 밤 열나흘 새벽 달빛을 밟고

유월이가 이고 온 제삿밥을 먹고 나서

희미한 등잔불 장지 안에

번문욕례 사대주의의 욕된 후예로 세상에 떨어졌나니

 

신월(新月)같이 슬픈 제 족속의 태반을 보고

내 스스로 고고(呱呱)의 곡성(哭聲)을 지른 것이 아니련만

명(命)이나 길라 하여 할머니는 돌메라 이름 지었다오

 

-유치환, 「출생기(出生記)」


시의 처음에서부터 암울한 분위기가 나타납니다. 검은 포대기 같은 까마귀 울음소리(공감각적 심상), 부엉이의 괴괴한 울음(청각적 심상)은 당시 현실의 어두운 분위기를 말해주며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백성들의 순탄한 마음에도 상서롭지 못한 어둔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죠.(이는 융희 2년이라는 당시 시간적 배경에서 이유가 드러납니다. 융희 2년은 1908년, 1910년부터 시작된 일제강점기를 앞둔 시기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죠)

 

이런 상황과 대조적으로 2연에선 생명력이 피어나는 자연의 모습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시인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태교하는 모습을 대구법으로 보여주며 집안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3연에서는 화자가 태어난 순간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는데요. 화자는 자신을 번문욕례 사대주의의 욕된 후예로 세상에 떨어졌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허례허식이 가득 한 유교사회에서 태어난 것이란 표현으로 국권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현실에서도 유교적인 허례만이 앞섰던 당대 현실에 대해 화자 자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인식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서는 화자의 할머니가 돌메라고 이름을 지어준 이유가 제시됩니다. 돌메는 길거리의 돌맹이나 돌로 만든 메로 개똥이 정도 이름과 비슷한 범주라고 보면 되는데 예전에는 이름을 대충 지으면 오래산다는 미신이 있어 어린아이의 건강을 위해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갓태어난 아이의 울음을 사람이 죽어 슬퍼 크게 우는 소리(=곡성)이라고 한 것과 상반된 의미로 연관시켜 화자의 이름이 지어진 이류를 제시하는 것이죠.(명이 길라하여)

 

이렇게 하여 이 시는 시인이 태어나던 때의 상황과 그 현실에 대한 시인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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