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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언제든 돌아갈 곳이라고 인식되곤 합니다.

이번에 다룰 시 '거제도 둔덕골'에서도 화자는 고향을 언제든 돌아갈 곳이라고 인식하는데요. 화자가 말하는 고향의 모습과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거제도 둔덕골은

팔대(八代)로 내려 나의 부조(父祖)의 살으신 곳

적은 골 안 다가솟은 산방(山芳)산 비탈 알로*

몇백 두락 조약돌 박토를 지켜

마을은 언제나 생겨난 그 외로운 앉음새로

할아버지 살던 집에 손주가 살고

아버지 갈던 밭을 아들네 갈고

베 짜서 옷 입고

조약(造藥) 써서 병 고치고

그리하여 세상은

허구한 세월과 세대가 바뀌고 흘러갔건만

사시장천 벗고 섰는 뒷산 산비탈 모양

두고두고 행복된 바람이 한 번이나 불어왔던가

시방도 신농(神農) 적 베틀에 질쌈하고

바가지에 밥 먹고

갓난것 데불고 톡톡 털며 사는 칠촌 조카 젊은 과수 며느리며

비록 갓망건은 벗었을망정

호연(浩然)한 기풍 속에 새끼 꼬며

시서(詩書)와 천하를 논하는 왕고못댁 왕고모부며

가난뱅이 살림살이 견디다간 뿌리치고

만주로 일본으로 뛰었던 큰집 젊은 종손이며

 

그러나 끝내 이들은 손발이 장기처럼 닳도록 여기 살아

마지막 누에가 고치 되듯 애석도 모르고

살아생전 날 세고 다니던 밭머리

부조의 묏가에 부조처럼 한결같이 묻히리니

 

아아 나도 나이 불혹(不惑)에 가까웠거늘

슬플 줄도 모르는 이 골짜기 부조의 하늘로 돌아와

일출이경(日出而耕)*하고 어질게 살다 죽으리

 

-유치환, 「거제도 둔덕돌」

 

* 알로: ‘아래로’의 사투리.

* 일출이경: 해가 뜨면 나가서 밭을 간다는 뜻.


1여에서 화자는 둑덕골에서 여러대에 걸쳐 지속되어 온 가난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둑덕골이지만 사실 묘사된 모습을 보면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조약돌 박ㅌ토'에 '행복된 바람'이 한 번도 불어온 적 없을 만큼 가난한 마을로 마을 사람들 모두 누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죠. 심지어 1연의 마지막에는 종손이 만주와 일본으로 뛰었다는 표현으로 둔덕골의 척박한 환경을 드러냅니다.

 

2연에서는 이렇게 누추한 삶을 살 던 사람들이 결국 자신의 조상들처럼 바로 그 땅에 묻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미래에도 계속될 둔덕골에서의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3연에서 화자는 마흔 살이 가까운 자신의 삶을 생각하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고향 땅에 돌아와 해 뜨면 나가서 밭을 가는 소박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고향인 둔덕골에서 가난하지만 어질게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 시를 학습할 때 혼동하지 말아야할 것은 고향인 둔덕골에 대한 묘사는 부정적인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며 화자는 이 또한 받아들이고 안분지족의 삶을 살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 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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