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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 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영화 '은교'에서 나오는 대사로 현대사회에서 늙음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는 대사입니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지식과 경험을 쌓인다며 어른으로 대접했다면, 현대사회에 와서는 시대에 뒤쳐진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안개 벗어나니 또 안개

이윽고 아름다움도 위험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영원한 잠이 바짝 쫓는 것 말고는 급할 것이 없다

걸어온 길에 대해 할 말은 좀 있지만

노동력 없는 무산자 계급으로 그만 입 다물기로 했다

무릎과 치아의 통증에다

핏빛 네온 휘황한 자본주의를 칙칙하게 만든 죄로

그늘에서 어슬렁거린다

그래도 정체불명의 이름 어르신이라 어르며

지하철과 고궁이 두루 공짜 아닌가

장수 시대 알토란 같은 의료 보험을 잘라먹는다고

한쪽에선 폐기물 보듯 하지만

파고다 공원을 차지한 이도 있다 한다

까짓것! 오늘 점심에는 식판을 들고 굽은 어깨로

절이나 교회의 무료 급식대 앞에 줄이나 서 볼까

공동묘지 비슷한 색깔의 검버섯 핀 얼굴로

얻어먹는 한 끼의 선심은 얼마나 새로운 맛일까

언제부터 나이가 곧 늙음이 되고

늙음은 곧 나쁜 것이 되었을까

갈수록 배울 것 많고 난생처음 아닌 곳도 없다

 

- 문정희, 「안개 노인」


시를 읽어보면 현대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노인들의 불우한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노년의 삶을 허허벌판이라고 표현하며 지나온 인생에 대해 할 말은 있지만 지금은 노동력도 없는 무산층이 되어버린 쓸모없는 처지여서 말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신세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지하철과 고궁을 무료로 이용 가능하지만, 한쪽에서는 의료 보험을 잘라먹는다며 폐기물처럼 바라보는 시선을 감당해야하는 노인들의 삶이 드러나는 것이죠. 시의 마지막에서 언제부터 늙음이 나쁨이 되었을까 하며 이러한 세태에 대해 한탄이 드러납니다.

 

이렇게 화자는 '현대 사회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노인들과 그들의 신세'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럼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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