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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라는 인상깊은 표현으로 시작하는 이 시 '파장(破葬)'은 농사에 지친 농민들이 장터에서 만나 서로의 삶의 애환을 이야기 하다 시장이 마치자(=파장) 집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시는 아래와 같은 내용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장터에서 만나 서로 이야기하며 삶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시간의 경과의 따른 시상전개를 바탕으로 향토적인 언어와 비속어 등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당시 농촌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단 농촌사회의 이야기에 들어갈 때부터는 시의 내용이 급격하게 암울해지죠.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빛 얘기' 등으로 현실적으로 농민들을 암울하게 하는 내용이 나오며 '서울이 그러워지나'라고 농촌생활의 어려움에 탄식합니다. 그리고 '섰다', '색싯집'과 같이 노름과 유흥으로 현실을 잊으려는 자포자기적인 모습까지 보이며 소주를 마시며 현실을 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해가 져서 파장되면 자그만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결국 현실을 수용한 채 고통을 감내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이때 마지막 시어 '절뚝이는 파장'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요. 전문을 읽으면서 의미를 생각해 본 후 전문 해석을 통해 확인해보도록 합시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켜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수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 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싯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켤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 신경림, 「파장(罷場)」

PS. 농민들이 '섰다', '색싯집'을 거론하는 것은 현실이 너무 어려워 현실도피하는 자포자기한 심정을 나타냅니다.

PS2. 달이 환하다고 하지만 '절뚝이는 파장'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당시 농촌 현실의 앞날이 밝지 않게 전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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