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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친구'에서는 '이야기 시'의 형식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전당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시'에서는 시적 화자가 만난 인물들의 사건이 단편적으로 제시되는 데요 제시되는 이야기의 모습을 보며 화자가 어떠한 말을 하려는지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니다.


작문 시간에 늘 칭찬을 듣던

점백이라는 애는 남양 홍씨네 산지기 자식.

협동조합 정미소에 다녀

마루 없는 토담집을 마련했단다.

 

봉당 멍석에까지 날아오는 밀겨.

십 년 만에 만나는 나를 잡고 친구는

생오이와 막소주를 내고

아내를 시켜 틀국수를 삶았다.

처녀처럼 말을 더듬는 친구의 아내.

 

나는 그녀의 아버지를 안다.

자전거를 타고 술 배달을 하던

다부지고 신명 많던 그를 안다.

몰매 맞아 죽어 묻힌 느티나무 밑

뫼꽃 덩굴이 덮이던 그 돌더미도 안다.

 

그래서 너는 부끄러운가, 너의 아내가.

그녀를 닮아 숫기 없는 삼 학년짜리 큰자식이.

부엌 앞의 지게와 투박한 물동이가.

 

친구여, 곳집* 뒤 솔나무 밭은 이제

나 혼자도 갈 수 있다.

나의 삼촌과 친구들이 송탄을 굽던 곳, 친구여.

밀겨와 방아 소리에 우리는 더욱 취해

어깨를 끼고 장거리로 나온다.

친구여, 그래서 부끄러운가.

 

-신경림, 「친구」

 

* 곳집: 상여와 그에 딸린 여러 도구를 넣어 두는 초막.


1연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릴 적 작문 시간에 늘 칭찬을 듣던 산지기의 자식 점백이는 커서 자신의 재능(작문-문학)과 전혀 관계없는 협동조합 정미소에 다니고 있으며 마루 없는 토담집을 마련했습니다. 자신의 재능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족의 가난을 물려받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당시 가난한 소시민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십 년 만에 만난 화자를 감고 생오이와 막소주를 내오는 잠백이 그의 집은 붕당 멍석에까지 밀겨가 날아올 정도로 좋지 않은 환경입니다. 화자는 구체적인 생활상을 통해 가난한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점백이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의 아내는 처녀처럼 말을 더듬습니다.(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있죠.)

 

3연에서는 점백이 아내의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펼쳐집니다. '다부지고 신명이 많던 그'라고 표현되며 화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이지만 점백이 아내의 아버지는 몰매를 맞아 죽어버리는 비극을 당한 사람입니다. 점백이 아내 집안에 개인적인 비극사가 있는 것이죠.(이 사연에 대해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우리 민족의 비극으로 확대하려면 <보기>에서 추가적인 이야기가 제시되어야 합니다)

 

4연에서 화자는 친구에게 묻습니다. 아내가 그녀를 닮은 큰자식이 가난한 현실이 부끄럽냐고 말입니다.(이는 이런것들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위로입니다)

 

그리고 5연에서 예전에 함께 했던 기억에 장소에 대해 말하며 그 때의 추억을 말합니다. 그리고 추억을 말하며 화자와 친구는 더욱 취하며 어깨를 끼고 장거리로 나옵니다. 서로 유대감을 떠올리며 현실의 아픔을 어느정도 극복하려는 모습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합니다.

 

"친구여, 그래서 부끄러운가" 이는 4연에서 말한 부끄러운가가 반복된 것으로 결코 지금 친구에게 아픔이 된 것들이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는 위로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이 시는 친구와의 이야기를 통해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친구의 부끄러움과 그에 대한 충고와 위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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