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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태어나 주로 살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 갔다가 구심점이 되는 그곳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것을 귀소의식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에 다룰 시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에서는 바깥세상이 주는 재미에 따져 유랑하던 화자가 자신을 낳아 주고 길러 준 모성적 세계로 회귀하고자 하는 의식을 보여줍니다.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화자의 인식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합시다.


어려서 나는 램프불 밑에서 자랐다.

밤중에 눈을 뜨고 내가 보는 것은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다.

조금 자라서는 칸델라*불 밑에서 놀았다,

밖은 칠흑같은 어둠

지익지익 소리로 새파란 불꽃을 뿜는 불은

주정하는 험상궂은 금점꾼들과

셈이 늦는다고 몰려와 생떼를 쓰는 그

아내들의 모습만 돋움새겼다.

소년 시절은 전등불 밑에서 보냈다,

가설극장의 화려한 간판과

가겟방의 휘황한 불빛을 보면서

나는 세상이 넓다고 알았다, 그리고

 

나는 대처로 나왔다.

이곳 저곳 떠도는 즐거움도 알았다,

바다를 건너 먼 세상으로 날아도 갔다,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들었다.

하지만 멀리 다닐수록, 많이 보고 들을수록

이상하게도 내 시야는 차츰 좁아져

내 망막에는 마침내

재봉틀을 돌리는 젊은 어머니와

실을 감는 주름진 할머니의

실루엣만 남았다.

 

내게는 다시 이것이

세상의 전부가 되었다.

 

-신경림,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칸델라 :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석유로 불을 켜서 밝히는 등.


시는 과거에 대해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화자가 시작하는 과거의 처음은 어릴 적 어머니와 할머니가 있던 방안의 세계 그것 전부라고 생각했던 어릴 적의 인식입니다. 시가 전개되며 화자가 경험하는 세계가 확장되고 어머니와 할머니와 같은 모성애, 근원적 애정을 가진 존재가 있던 공간에서 금점꾼, 그들의 아내 등의 세속적인 대상이있는 공간으로 확장되며 바깥 세상에 대해 알게 되고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이때 주정하고 험상궂은 금점꾼들과 생떼를 쓰는 그들의 아내들은 부정적인 대상이기보다는 불량식품과 같이 자극적인 세상의 존재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화자는 점점 성장하게 되고 세상을 유랑하는 재미에 빠져 고향에서 점점 더 먼 세계로 나아게됩니다.

 

하지만,(시에서도 하지만을 기점으로 시상이 전환됩니다) 화자는 어느 순간 자신을 낳아 주고 길러 준 근원의 세계로 회귀하고자하는 의식을 가지게 되고 처음에 '그것(먼 거리에 있는 사물을 지칭)'이라 했던 것을 '이것(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물을 지칭) ' 이라고 하며 근원적 모성애의 세계를 자신의 구심점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이 시는 '근원적 세계로의 회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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