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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작품은 임진왜란 직후 수군통주사로 부임했던 박인로가 지은 '성산탄'입니다. '선상탄'이란 '배 위에서의 탄식'이라는 뜻인데요. 수군을 지휘하는 통주사로서 대마도를 바라보며 탄식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해봅시다.

첫 부분에서는 화자의 상황이 드러냅니다. 화자는 나이가 있는 신하이지만 수군을 관장하는 수군통주사로 '진동영(지금의 부산)'에 부임하였습니다. 그러니 병이 깊은 늙은 명이라도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키려서 책임감을 가지고(우국충정) 대마도를 바라보니 아직 전운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대마도를 바라보며 임진왜란이 일어난 이유를 '배'라고 생각하며 화자는 먼저 헌원씨(중국 고대의 전설적인 황제로 배와 수레를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짐)를 원망합니다. 그가 아니었으면 배가 없었을 테고 그렇다면 왜구가 배를 타고 우리나라를 침략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그 다음에는 진시황과 서불을 원망합니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러 신하들을 다방면으로 보냈고 이 때 일본으로가 돌아오지 않은 신하들이 자손을 낳고 살아 왜적이 되었다고 원망합니다. 이후 서불(불로초를 구하러 일본으로 간 진시황의 신하)을 원망합다. 신하된 도리로 불로초를 못구했다면 돌아왔어야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서 정착해 그의 자손들이 왜적이 되었다는 것이죠. 이런 원망은 고사를 인용한 것으로 선상탄 전반적으로 고사인용의 기법이 많이 쓰입니다.

원망을 한 후 이를 그치며 화자는 배의 효용성에 대해 생각합니다. 배 때문에 누리는 풍류와 흥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기서도 고사를 인용하며 배의 효용성을 강조합니다.

배의 효용성을 말한 후 화자는 안타까움을 나타냅니다. 과거의 배(배반이 낭자한 즐거움의 배)와 오늘날의 배(대검장창이 가득한 근심의 배)를 대조하며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임금을 걱정하며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왜적에게 침략당한 것에 대한 분함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함을 자신이 늙어 갚아주기 어려울 듯하다고 말하면서도 제갈공명이 죽은 후 자신의 목상을 통해 살아있는 사마의를 패퇴시키고 발 없는 손빈이 계책을 써서 방연을 죽인 고사를 인용하여 왜적들을 무찌를 수 있다는 무인의 기개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무인의 기개를 보이며 화자는 왜적들에게 항복하기를 바라며 항복하면 품어주겠다는 말과 함께 태평성대를 누리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태평성대 속에서 고깃배를 태고 즐기는 생활을 하겠다는 염원을 말하며 작품은 마무리 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성상탄은 '우국충정과 태평성대의 염원'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현대어 해석을 다시보며 작품의 내용을 다시 떠올려보고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늙고 병든 몸을 수군 통주사로 보내시므로,

을사년 여름에 부산진에 내려오니

변방의 중요한 요새지에서 병이 깊다고 앉아 있으랴?

긴 칼을 비스듬히 차고 병선에 굳이 올라가서

기운을 내서 눈을 부릅뜨고 대마도를 굽어 보니,

바람을 따르는 누런 구름은 멀고 가까운 곳에 쌓여있고

아득한 푸른 물결은 긴 하늘과 같은 빛이로구나

배 위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옛날과 오늘날을 생각하고

어리석고 미친 마음에 (배를 처음 만든) 헌원씨를 원망하노라

큰 바다가 넓고 아득하여 천지에 둘러 있으니,

진실로 배가 아니면 풍파가 거센 바다 만리 밖에서

어느 오랑캐가 엿볼 것인가?

무슨 일을 하려고 배 만들기를 시작하였는고?

오랜 세월에 끝없는 큰 폐단이 되어,

온 천하에 만백성의 원한을 기르고 있다.

아! 깨달았으니 진시황의 탓이로다.

배가 비록 있다고 하더라도 왜족이 생가지 않았더라면

일본 대마도로부터 빈 배가 저절로 나오겠는가?

누구의 말을 곧이 듣고 총각과 처녀를 그토록 데려다가,

바다의 모든 섬에 감당하기 어려운 도적을 남기어

통분한 수치와 모욕이 중국에까지 다 미치게 하였는가?

죽지 않고 오래 사는 약을 얼마나 얻어 내어

만리장성을 높이 쌓고 몇 만년을 살았던고?

(진시황도) 남처럼 죽어갔으니 (불로초를 구하려고 한 일이) 유익한 줄 모르겠도다.

아! 생각하니 서불의 무리가 너무 심하다

신하가 되어서 망명동주를 한 것인가?

신선을 못 보았거든 빨리나 돌아왔으면,

통주사의 이 시름은 전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 두어라, 이미 지난 일을 탓하지 않은 것이라 말해야 무엇하겠는가?

아무 소용이 없는 시비를 팽개쳐 던져 두자.

깊이 생각하여 깨달으니 내 뜻도 고집스럽구나.

황제가 배와 수레를 만든 것은 그릇된 줄 모르겠도다.

장한이 강동으로 돌아가 가을바람을 만났다고 해도,

작은 배를 타지 않으면 하늘이 맑고 바다가 넓다고 해도

어느 흥이 저절로 나겠으며, 삼공과도 바꾸지 않을

경치가 좋은 강산에서,

부평초 같은 어부의 생활을

한 조각의 작은 배가 아니면 어디에 의지하여 다니겠는가?

이런 일을 보면 배를 만든 제도가

지극히 묘한 듯하다마는, 어찌하여 우리 무리는

나는 듯 빠른 판옥선을 밤낮으로 비스듬히 타고,

바람과 달을 보며 시를 짓고 놀되 흥이 전혀 없는것이오?

옛날의 배 안에는 술상이 어지럽더니

오늘날의 배 안에는 큰 칼과 긴 창뿐이로다.

똑같은 배건마는 가진 바가 다르니

그 사이의 근심과 즐거움이 서로 같지 못하도다.

때떄로 머리를 들어 임금님이 계신 곳을 바라보며,

시국을 근심하는 늙은이의 눈물을 하늘 한 모퉁이에 떨어뜨리는구나.

우리나라 문물이 중국의 한나라, 당나라, 송나라에 뛰떨어지랴마는

나라의 운수가 불행하여 왜적의 흉악한 꾀에 빠져 오랜 세월에 씻을 수 없는 수치를 안고 있어

(그 수치의)백분의 일도 못 씻어 버렸거든,

이 몸이 변변치 못하지만 신하가 되어 있다가,

신하와 임금의 신분이 서로 달라 못 모시고 늙은들,

나라를 걱정하는 충성스런 마음이야 어느 때인들 잊겠는고?

(왜적의 침입을)분하게 여기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는 씩씩한 기운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해지고 있지만,

보잘것없는 이 몸이 병중에 들었으니

분함을 씻고, 원한을 풀어 버리기가 어려울 듯하건마는

그러나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 있는 사마의를 멀리 쫓았고,

발이 없는 손빈도 방연을 잡았는데,

하물며 이 몸은 손과 발이 갖추어 있고

목숨이 살아 있으니,

쥐나 개와 같은 도적을 조금이나마 두려워 하겠느냐?

나는 듯이 바르게 가는 배에 달려들어 선봉을 휘몰아치면

구시월에 부는 서릿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왜적을)헤치리라

칠종칠금을 우리인들 못할 것인가?

꾸물거리는 저 섬나라 오랑캐들아, 빨리 항복하려무나

항복한 자는 죽이지 않는 법이니 너희들을 구태여 모두 죽이랴?

우리 임금님의 성스러운 덕이 너희와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시느리라.

태평스러운 천하에 요순시대와 같은 임금과 백성이 되어 있어

해와 달의 빛 같은 임금님의 성덕이 매일 아침마다 밝게 비치니

전쟁하는 배를 타던 우리 몸도 고기잡이 배에서 저녁 늦게까지 노래하고

가을 달 봄바람에 (베게를) 높이 베고 누워서

성군 치하의 태평성대를 다시 보려 하노라.

 

-박인로, 「선상탄」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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