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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의 제목은 '연시'입니다. '연시'는 물렁하게 잘 익은 감을 이르는 말로 '홍시'와 비슷하지만 나무 위에서 자연스레 익은 홍시와 달리 인위적인 후숙과정을 거친 것을 이릅니다. 시인은 이러한 '연시'를 보며 느낀 점을 시로 나타냈는데요. 시인이 나타내는 바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여름 한낮

비름잎에

꽂힌 땡볕이

이웃 마을

돌담 위

연시(軟柹)로 익다

한쪽 볼

서리에 묻고

깊은 잠 자다

눈 오는 어느 날

깨어나

제상(祭床) 아래

심지 머금은

종발*로 빛나다.

 

-박용래, 「연시」

 

* 종발 : 중발보다는 작고, 종지보다는 조금 넓고 평평한 그릇.


시의 처음에서는 풋과일이던 감이 한여름 땡볕 속에서 익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땡볕은 연시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연시를 성숙시켜주는 대상으로 이를 통해 감은 익어갑니다. 이후 시간이 시나 연시는 한쪽 볼을 서리에 묻고 깊은 잠을 잡니다. 이 자연 속에서 연시는 또 다시 성숙하는 것이죠. (이때 연시가 잠을 자고 깨어난다는 표현을 통해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여 성숙이라는 시적 의미를 형상화합니다.) 그리고 다시 눈오는 날 깨어나(눈 속에서 꺼내지는 것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것) 제사상 위에 올라 빛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화자는 풋과일이었던 감이 연시로 성숙하며 제상 아래 놓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해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자연의 오묘한 조화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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