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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적막한 식욕에서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밀묵을 매게로 화자의 정서를 환기하고 있습니다. 모밀묵이 가지는 정서와 의미를 생각하며 시를 읽은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 보도록 합시다.


 

모밀묵이 먹고 싶다.

그 싱겁고 구수하고

못나고도 소박하게 점잖은

촌 잔칫날 팔모상에 올라

새사돈을 대접하는 것.

그것은 저문 봄날 해질 무렵에

허전한 마음이

마음을 달래는

쓸쓸한 식욕이 꿈꾸는 음식.

또한 인생의 참뜻을 짐작한 자의

너그럽고 넉넉한

눈물이 갈구하는 쓸쓸한 식성.

아버지와 아들이 겸상을 하고

손과 주인이 겸상을 하고

산나물을

곁들여 놓고

어수룩한 산기슭의 허술한 물방아처럼

슬금슬금 세상 얘기를 하며

먹는 음식.

그리고 마디가 굵은 사투리로

은은하게 서로 사랑하며 어여삐 여기며

그렇게 이웃끼리

이 세상을 건느고

저승을 갈 때,

보이소 아는 양반 앙인기요

보이소 윗마을 이생원 앙인기요

서로 불러 길을 가며 쉬며 그 마지막 주막에서

걸걸한 막걸리 잔을 나눌 때

절로 젓가락이 가는

쓸쓸한 식욕

-박목월, 「적막한 식욕」


시는 모밀묵이 먹고 싶다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모밀묵의 속성을 나열하면서 시상을 전개하는데요.

모밀묵은 소박한 속성을 지녔지만 귀한 사람에게도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이며 하루의 허전함을 달래주는 속성을 지녔고 인생의 쓸쓸함을 달래주기도 하는 그러한 음식입니다.

또한 가정(아버지와 아들이 겸상을 하는)과 사회(손과 주인이 겸상을 하는) 어디에서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자리에서 함께하기 좋은 음식으로 슬금슬금 이야기하며 먹는 음식입니다. 사실 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허전함을 달래고 싶은 화자의 정서를 나타내는 데 모밀묵은 이러한 정서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이웃끼리 사랑하며 세상을 살 때 그후 세상을 떠나갈 때도 절로 손이 가는 늘 사람들과 함께 하며 삶의 마지막을 달래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모밀묵을 매개로 하여 '인생의 허전함과 쓸쓸함을 달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는데요. 이를 모밀묵을 매개로 형상화된 삶의 모습을 떠올리는 방식으로 나타내며 유사한 시구(쓸쓸한 식욕, 쓸쓸한 식성-모밀묵은 이러한 쓸쓸함을 달래주는 소재)의 반복을 통해 의미를 부각합니다. 또한 명사로 시행을 종결하여 시적 대상의 의미를 부각하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을 독백체의 어조로 효과적으로 전달한 시가 '적막한 식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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