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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이란 단어는 어느 시대건 자신이 책임져야하는 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게 만드는 단어입니다. 이 책임감 덕에 힘들고 어려운 상태에서도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이번에 다룰 시 '가정'에서는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마음이 드러납니다.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니다.


지상(地上)에는 /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 십구 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 육 문 삼(六文三)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 올린

여기는 / 지상.

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 존재한다.

미소하는 / 내 얼굴을 보아라.

 

-박목월, 「가정」


1연에서 자식이 아홉이나 되는 화자의 가정이 공개됩니다. 화자는 가정이 있는 공간을 지상이라 말하며 자신의 가족의 신발을 쳐다봅니다. 시간은 알전등이 켜질 무렵 해가 지는 시기인걸 봐서 밖에서 일하고 돌아온 화자가 집 앞에 현관에서 자신의 가족의 신발을 보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2연에서는 어려운 생활을 짐작하게 합니다. 화자는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왔는데요 이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가장의 삶을 뜻하며 화자의 신발 크기(십구 문 반)와 막내의 신발 크기(육 문 삼)가 대비되며 가장으로서 화자가 가진 큰 책임감이 강조됩니다. 거기에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표현되고요.

 

3연에서는 냉혹한 현실이지만 얼음과 눈으로라도 벽을 짜 가정을 지키며 미소짓는 연민하는 삶이지만 미소지을 수 있는 가장의 책임감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4연에서 아랫목에 모인 아이들을 보며 퇴근하며 돌아왔다고 말하는 가장의 모습을 말합니다. 이때 따뜻한 아랫목과 추운 길이 촉각적으로 대비되며 고생하는 가장의 책임감이 강조됩니다. 그리고 3연의 첫부분을 반복하여 다시 한 번 가장의 책임감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힘겨운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 돌아온 시인이 아버지로서의 고통을 토로하는 한편, 자식들에 대한 막중한 책임 의식을 스스로 확인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 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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