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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는 '이사, 악양'입니다. 이 시는 말 그대로 악양으로 이사를 간 후 에 쓴 시인데요. 화자가 이사를 간 이유와 그 곳에서 느끼는 정서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결국 남쪽 악양 방면으로 길을 꺾었다

하루 종일 해가 들었다

밥을 짓고 국 끓이며

어쩌다 생선 한 토막의 비린내를 구웠으나

밥상머리 맞은편

내 뼈를 발라 살점 얹어 줄 사람의

늘 비어 있던 자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따금 아직도 낯선 아랫마을 밤 개가

컹컹거리며 그 부재의 이유를 묻기도 했다

별들과 산마을의 불빛들은

결코 나뉠 수 없는 우주의 경계로 인해

밤마다 한 몸이 되고는 했다

부럽기도 했다 해가 바뀔수록

검던 머리 더욱 희끗거리고

희끗거리며 날리는 눈발을 봐도

점점 무심해졌다

겨울바람이 처마 끝을 풀썩 뒤흔들다 간다

아침이 드는 창을 비워 두는 것은 옛 버릇이나

무덤을 앞둔 여우들이 그러했듯이

나 또한 북쪽 그리운 창을 향해 머리를 눕히고

길고 먼 꿈길을 청한다

 

-박남준, 「이사, 악양」


화자가 이사를 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의 전체적인 내용을 참고할 때 아마 소중한 사람의 죽음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도 그래서 화자는 정든 고향을 떠나 결국 남쪽 악양 방면으로 이사를 갑니다.

 

하지만 화자는 여전히 밥상머리 맞은편에 앉을 대상이 부재하는 상태를 느끼며 이따금씩 낯선 아랫마을 밤 개가 그 부재의 이유를 묻는다고 느끼는 등 대상의 부재를 생각합니다. 화자는 '별들'과 '불빛들'이 '한 몸'이 되는 것을 보며 '부럽기도'했지만 시간은 흐르고 점차 무심해집니다.(여기서 무심해진다는 말은 그 사람을 잊었다기보다는 부재하는 대상으로 인한 아품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외로운 남쪽에서 아직도 그리운 고향을 떠올리며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으로 이 시는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혼자 고독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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