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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막론하고 시는 그 시대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이야기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다룰 시 작은 부엌 노래는 요즘은 덜한 문제인 '남녀차별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성이 받는 차별을 시인은 어떻게 나타내고 있는지에 중심을 두고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부엌에서는 / 언제나 술 괴는 냄새가 나요.

한 여자의 / 젊음이 삭아 가는 냄새

한 여자의 설움이 / 찌개를 끓이고

한 여자의 애모가 / 간을 맞추는 냄새

부엌에서는 / 언제나 바삭바삭 무언가

타는 소리가 나요.

세상이 열린 이래

똑같은 하늘 아래 선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큰방에서 큰소리치고

한 사람은 / 종신 동침 계약자, 외눈박이 하녀로

부엌에 서서 / 뜨거운 촛농을 제 발등에 붓는 소리.

부엌에서는 한 여자의 피가 삭은

빙초산 냄새가 나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모르겠어요

촛불과 같이 / 나를 태워 너를 밝히는

저 천형의 덜미를 푸는

소름 끼치는 마고할멈의 도마소리가

똑똑히 들려요.

수줍은 새악시가 홀로

허물 벗는 소리가 들려와요.

우리 부엌에서는…….

-문정희, 「작은 부엌 노래」


시는 '부엌'이라는 공간을 통해 시작합니다. 시인은 '부엌'을 여성이 일하는 공간, 여성의 정체성이 상실되는 억압적 공간으로 나타내며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통해 여성이 받는 차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젊은이 삭아가는 냄새, 간을 맞추는 냄새, 빙초산 냄새 - 후각적 심상

바삭바삭 무언가 타는 소리, 뜨거운 촛농을 제 발등에 붓는 소리 - 청각적 심상

 

그리고 다른 한사람(남성)과 비교를 통해 여성이 받는 차별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차별을 나타내다 21행의 그런데 부터 시상이 전환됩니다.

 

그전까지 여성이 차별받는 모습만을 나타냈다면 이후부터는 이런 차별을 극복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여성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전까지 '부엌', '한 여자'로 지칭하며 나타냈던 일을 '우리 부엌'으로 표현해 한 여자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이야기로 인식을 확장해 부엌이라는 공간이 억압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이 시는 '여성이 받는 차별과 차별의 극복의지'를 나타내는데요. 시인은 이를 다양한 비유와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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