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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의 발견. 시인은 일상의 물체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이를 시로 표현합니다. 오늘 다룰 시 '멸치'에서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반찬인 '멸치'를 통해 문명에 의한 생명력의 상실 문제와 함께 생명력 회복에 대한 염원을 나타냅니다. 그럼 시를 읽은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 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갔던 것이다

모래 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깍두기처럼 딱딱하게 집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금도 멸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이 작은 무늬가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르고

고깃배를 부수고 그물을 찢었던 것이다

 

-김기택, 「멸치」


이 시는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멸치를 통해 시인이 생각한 바를 드러냅니다. 시인은 지금 반찬으로 나온 멸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미 말라 굳어 딱딱해진 것들. 하지만 이렇게 굳어지기 전까지는 이 멸치는 바다속 생명이 충만한 곳에서 유영하는 물결이었으며 바다의 생명력 그 자체를 가진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물은 이 생명력 넘치는 멸치들을 물결 속에서 떼어내고 햇빛의 직선들과 바람은 멸치 속의 물기를 빠라들여 생명력을 상실시키고 기름에 튀겨져 그저 딱딱한 반찬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죠. 하지만 시인은 이렇게 생명력을 잃은 멸치지만 그 안에 생명력이 남아있음을 생각하며 이 작은 생명력이 회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합니다.

 

이렇게 이 시는 멸치를 통해 '문명에 의한 생명력의 상실과 회복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시는 부드러움과 곡선을 상징하는 물결과 직선과 꼿꼿함 따가움을 상징하는 햇빛, 바람의 이미지가 대조되며 시인이 전하는 바를 강조하는 데요. 일반적으로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햇빛과 바람이 여기서는 멸치에게서 생명력을 없애는 대상으로 쓰인 점이 특이점입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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