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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독재의 폭압이 몰아쳤던 시절. 많은 시인들은 시를 통해서 부정적인 사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 다룰 시 '대설주의보'에서도 역시 '눈'과 '눈보라'를 통해 '억압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의 상황은 눈이 '정말' 해일처럼 굽이치고, 휘몰아치는 상황입니다. 온 세상을 뒤덮을 만큼 공격적으로 눈이 내리고 있죠. 이렇게 눈이 내리면 세상은 추워지고 얼어 붙겠죠. 군사 독재에 의해 강제적으로 얼어붙은 사회를 시인은 이처럼 우의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독재와 억압이라는 추상적인 관점을 '눈'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통해 시각화하여 나타내고 있죠.

시에서 '눈'에 저항할 수 있는 사물은 없습니다. 그나마 눈을 치울 수 있는 '제설차'도 한 대없는 깊은 산골이기 때문이죠. 눈에 의해 고립되고 완전히 지배되는 세상입니다.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가지만 이내 초췌해져서 돌아오고 감시하는 솔개가 없을까 두려워 뒷간으로 몸을 감출만큼 시의 상황은 계속해서 암울합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 시에서 '눈'은 부정적인 독재 정권을 상징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굴뚝새, 길 잃은 등산객, 외딴 두메 마을, 솔개,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 들, 소나무 가지, 외딴집 굴뚝' 등의 의미를 생각하며 시를 읽고 전문 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 해보도록 합시다:)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 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쪼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 최승호, 「대설주의보」

PS.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라는 구절만 읽으면 마치 눈이 이들을 배려하는 것 같다는 오해를 하기 쉽지만 뒤의 '길을 끓어놓을 듯', '가지들이 부러질 듯'을 보면 '눈'은 독재정권에서 정한 공간(길)을 벗어난 존재를 용납하지 않고 다시 거둬들이는 듯한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PS2. 일반적으로 흰색은 긍정적 의미 검정색은 부정적 의미로 쓰입니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눈'이 부정, '굴뚝새'가 긍정인 만큼 흰색이 부정적 의미, 검정색이 긍정적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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