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 수능국어

가끔 다른 사물을 보고 과거를 떠올리곤 합니다. 특정한 사물의 모습에서 과거의 경험과 비슷한 면을 발견하고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것이죠. 이번에 다룰 시 "못 위의 잠"에서도 그렇습니다. 화자는 지나가다 본 지붕 아래 제비집, 그리고 못 위에서 꾸벅거리는 아비 제비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는데요. 화자의 과거에서 아비 제비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 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 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 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 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 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 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 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 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은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나희덕, 「못 위의 잠」

화자는 처음에 못 위에서 밤새 꾸벅기리는 '아비 제비'의 모습을 봅니다. 제비집이 너무도 작고 갓 태어난 새끼들로 가득차 어미제비만이 날개로 둥지를 덮을 수 있을 뿐, 아비 제비는 있을 곳이 없기에 못 위에서 밤새 꾸벅거리는 아비제비의 모습을 화자의 어릴적을 생각나게 합니다.

실업자인 아버지와 함께 일을 마치고 온 어머니를 마중 갔던 일을 떠올리며 그 당시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화자 궁핍하고 가난한 삶에서 아내에게 미안해하며 실업상태인 자신의 처지를 자책했을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아비 제비'의 모습을 통해 아버지의 안쓰러운 모습을 떠올립니다. '아비 제비'와 '아버지'는 부성애를 가지면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점이 비슷하기에 화자는 '아비 제비'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이 시는 현재-과거-현재의 시상 전개 방식을 통해 유년 시절을 생각하며 힘겨운 삶을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정서를 드러냅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