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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사실과 관습'에서는 '고독 이후'에 자신과 세계의 인식의 준거였던 절대자와의 관계를 회의하고 자신이 경험한 사실에 기초하여 존재를 인식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차를 마시는 것을 통해 나타내고 있는데요. 이런 사실에 기초하여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나는 차를 앞에 놓고

고즈넉한 저녁에 호을로 마신다.

내가 좋아하는 차를 마신다.

그러나 이것은 다만 사실일 뿐,

차의 짙은 향기와 관계 없이

이것은 물과 같이 담담한 사실일 뿐이다.

누구의 시킴을 받아

참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손으로 들국화를 어여삐 가꾼 것도 아니다.

차를 마시는 것은

이와 같이 스스로 달갑고 가장 즐거울 뿐,

이것은 다만 사실이며 또 관습이다.

나의 고즈넉한 관습이다.

물에게 물은 물일 뿐

소금물일 뿐,

앞으로 남은 십년을 더 살든지 죽든지

나에게도 나는 나일 뿐,

이제는 차를 마시는 나일 뿐,

이 짙은 향기와 관계도 없이

차를 마시는 사실과 관습은

내가 아는 내게 대한 모든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도 된다.

-김현승, 「사실과 관습 : 고독 이후」


시는 저녁에 차를 홀로 마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고즈넉한 저녁에 호을로 마신다. 내가 좋아하는 차를 마신다로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변화가 생깁니다. 바로 '그러나'로 알 수 있는데요. 이후 화자는 사실일 뿐을 강조하며 경험한 사실에 기초한 현실인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2연에서는 자신과 세계 인식의 준거였던 절대자와의 관계에 대한 회의를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예로들어 표현하며 자신이 차를 마시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즐거울 뿐임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물을 예시로 들어 자신이 경험한 사실에 기초한 존재인식을 보여주며 경험적 사실로만 대상을 인식하려는 태도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게 인식하려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마지막 4연에서는 '나'에 대한 인식을 모든 것에 대한 것으로 확장하여 경험적 사실을 '나'와 모든 존재들에 대한 인식의 유일한 근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시를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사실과 관습 : 고독 이후'에서는 자신과 세계 인식의 준거였던 절대자와의 관계를 회의하고 자신이 경험한 사실에 기초하여 존재를 인식하겠다는 태도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유사한 문장구조의 반복과 담담하지만 단호한 어조를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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