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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의 제목은 '처용단장'입니다. 이는 '처용이 부른 짧은 노래'라는 뜻인데요. 이 시는 신라시대의 '처용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지은 시로 시 본문 속에서 '처용'이 나오지 않지만 고대의 '처용'의 이미지가 고독에 쌓인 시인 자신의 이미지로 표현됩니다. 시 속에 묘사되는 풍경과 이에 따른 감정에 주목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 1의 1

바다가 왼종일

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있었다.

이따금

바람은 한려수도(閑麗水道)에서 불어오고

느릅나무 어린 잎들이

가늘게 몸을 흔들곤 하였다.

 

날이 저물자

내 늑골(肋骨)과 늑골 사이

홈을 파고

거머리가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베고니아의

붉고 붉은 꽃잎이 지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다시 또 아침이 오고

바다가 또 한 번

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있었다.

뚝 뚝 뚝, 천(阡)의 사과알이

하늘로 깊숙이 떨어지고 있었다.

 

가을이 가고 또 밤이 와서

잠자는 내 어깨 위

그해의 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둠의 한쪽이 조금 열리고

개동백의 붉은 열매가 익고 있었다.

잠을 자면서도 나는

내리는 그

희디흰 눈발을 보고 있었다.

 

- 김춘수, 「처용단장」


처용단장은 연작시로 위의 부분은 1부의 1편. 첫부분입니다. 이 첫편에서는 바다를 보며 바다의 풍경을 묘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서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보는 화자는 바다를 새앙쥐 같은 눈을 뜨고 있다로 표시하는데 이는 바다가 넓고 트인 느낌이 아닌 좁게 느껴지는 것으로 불안하고 우울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연과 3연에서도 베고니아의 붉고 붉은 꽃잎이 지고, 사과 알이 떨어지는 듯 하강과 소멸의 이미지가 제시되며 화자의 외로움을 보여줍니다. 그러다 4연에서 어둠의 한편에서 붉은 열매를 발견한 화자가 새로운 생명력을 발견하는 것으로 1편은 마무리됩니다.

 

이렇게 이 시는 낮에서 밤으로 또 아침으로, 가을에서 겨울로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며 바다 풍경을 통해 '바다를 바라보는 외로움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구의 의미를 더 알아보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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