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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사실이지요. 오늘 다룰 시 '파밭 가에서'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시작을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삶은 계란의 껍질이

벗겨지듯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먼지 앉은 석경* 너머로

너의 그림자가

움직이듯

묵은 사랑이

움직일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새벽에 준 조로*의 물이

대낮이 지나도록 마르지 않고

젖어 있듯이

묵은 사랑이

뉘우치는 마음의 한복판에

젖어 있을 때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김수영, 「파밭 가에서」

 

*석경: 유리로 만든 거울.

*조로: 포르투갈어인 ‘조로(jorro)’에서 유래한 말로, ‘물뿌리개’를 의미함.


1연에서는 묵은 사랑을 잃을 때 새로운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해 말합니다. 묵은 사랑이 벗겨질 때는 기존의 틀(관습, 사회질서, 사고 등)에서 벗어날 때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시인의 의지를 나타냅니다. 연의 마지막에서 반복되는 '붉은 파밭의 푸른 새싹을 보아라'와 '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는 대조의 방법을 통해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는 화자의 생각을 강조합니다.

 

2연에서는 기존의 낡은 사고가 움직일 때 이를 떨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먼저 앉은 석경은 낡은 전통(사고 등)을 나타내며 그 석경 너머로 그림자가 움직인다는 것은 낡은 사고로 생각하고 움직임을 뜻합니다. 화자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만 쉽지 않고 기존의 틀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1연의 마지막 부분이 반복되며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3연에서는 기존의 낡은 틀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화자 자신도 이러한 모습을 반성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다시한번 화자는 1,2연의 마지막 내용을 반복하며 새로운 가치에 주목하고자 하는 생각을 강조합니다.

 

이렇게 해서 묵은 사랑(기존의 관습,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를 동일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는 방식, 비유와 역설의 표현 방식, 대조의 방식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표현법에 대해 전문해석을 통해 다시 한번 알아보며 학습을 마무리하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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