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소설 수능국어

문득 길을 걷다 어떠한 대상을 보고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 다룰 시 '그 나무'에서도 시인은 소외된 존재를 발견하고 연민을 느끼면서, 그 존재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삶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을 갈구하는데요.

시인이 '그 나무'에 대해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시를 감상한 후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한 해의 꽃잎을 며칠 만에 활짝 피웠다 지운

벚꽃 가로 따라가다가

미처 제 꽃 한 송이도 펼쳐 들지 못하고 멈칫거리는

늦된 그 나무 발견했지요.

들킨 게 부끄러운지, 그 나무

시멘트 개울 한 구석으로 비틀린 뿌리 감춰 놓고

앞줄 아름드리 그늘 속에 반쯤 숨어 있었지요.

봄은 그 나무에게만 더디고 더뎌서

꽃철 이미 지난 줄도 모르는지,

그래도 여느 꽃나무와 다름없이

가지 가득 매달고 있는 멍울 어딘가 안쓰러웠지요.

늦된 나무가 비로소 밝혀드는 꽃불 성화

환하게 타오를 것이므로 나도 이미 길이 끝난 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한참이나 거기 멈춰 서 있었지요.

산에서 내려 두 달거리나 제자릴 찾지 못해

헤매고 다녔던 저 난만한 봄길 어디,

늦깎이 깨달음 함께 얻으려고 한나절

나도 병든 그 나무 곁에서 서성거렸지요.

이 봄 가기 전 저 나무도 푸릇한 잎새 매달까요?

무거운 청록으로 여름도 지치고 말면

불타는 소신공양 틈새 가난한 소지(燒紙)*,

저 나무도 가지가지마다 지펴 올릴 수 있을까요?

-김명인, 「그 나무」

* 소지: 부정을 없애고 신에게 소원을 빌기 위하여 태워서 공중에 올리는 종이.

처음에 화자는 화려하지만 일시적인 존재와 다른 소외된 존재인 '그 나무'를 발견하고 꽃을 피우지 못한 '그 나무'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화자는 그 나무가 결국에는 꽃을 피울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이후 화자는 그 나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그 나무의 늦깍이 삶이 늦깍이 깨달음을 얻길 바랬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화자는 '그 나무'가 힘든 삶을 꿋꿋이 이겨내며, 자신도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를 원합니다. '그 나무'가 꽃을 피우고 가을에 단풍으로 물들어 깨달음을 얻기 위한 힘든 수행과도 같은 삶을 계속 이어 나가기를 바라는 화자의 마음을 표현하며 자신도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죠.

이렇게 시인은 '그 나무'를 통해 삶에 대한 깨달음의 갈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