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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다룰 시 「가을무덤-제망매가(祭亡妹歌)」는 부제를 통해 내용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제인 '제망매가'는 신라의 승려인 '월명사'가 죽은 누이를 추모하기 위해 지은 향가의 제목으로 이를 '가을 무덤'과 관련지으면 이 작품은 가을에 죽은 누이의 무덤을 찾아가 누이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시인이 그리워하는 누이와 어떤 삶을 알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감상하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누이야 / 네 파리한 얼굴에

술을 철철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 / 이 영하의 가을에

망초꽃 이블 곱게 덮고 /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 /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 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 / 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아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 부딪히며 하구로 떠내려갔음에랴.

 

우리는 / 신경을 앓는 중풍병자로 태어나

전신에 땀방울을 비늘로 달고 / 쉰 목소리로 어둠과 싸웠음에랴.

 

편안히 누운 / 내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술을 부으면 / 눈물처럼 튀어 오르는 솔방울이

이 못난 영혼을 휘감고 / 온몸을 뒤흔드는 것이 어인 까닭이냐.

 

-기형도, 「가을무덤-제망매가(祭亡妹歌)」


시의 처음에서 화자는 누이를 부르며 누이의 무덤에 술을 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누이에게 말을 건내는 방식으로 시상이 전개됩니다. 이후 죽은 누이에 대한 그리움,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심정, 안타까움을 드러낸 후에 누이와의 과거를 생각합니다. 둘은 너무나 가난했고 너무나 힘겨운 희망이 없는 삶을 살았으며 태생부터 가난해서 늘 힘겹고 치열하게 살아갔습니다. 과거의 회상이 끝난 후 슬픈 화자는 누이의 무덤에 술을 뿌리며 죽은 누이의 영혼과 정서적으로 교감합니다. 힘든 과거를 함께한 대상과만이 할 수 있는 정서의 교감을 말입니다.

 

이렇게 해서 이 시는 '죽은 누이에 대한 추모와 그리움, 영혼의 교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정사를 다양한 감각적 심상을 이용해 시각화 구체화하였고, 비유와 역설적를 통해 과거의 어려웠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시에 쓰인 표현법과 내용에 대해 공부하며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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