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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란 단어는 그 말만으로 사람에게 아련함을 전달해 줍니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고향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요. 이번에 다룰 시 '구두 한 켤래의 시'에서는 이러한 고향을 다녀온 후에 화자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화자가 고향을 다녀온 후에 느끼는 정서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를 읽고 해석을 통해 학습해보도록 합시다.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가 묻어 있다

겨울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쑥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찰랑찰랑 강물소리가 들린다

내 귀는 얼어

한 소절도 듣지 못한 강물소리를

구두 혼자 어떻게 듣고 왔을까

구두는 지금 황혼

뒤축의 꿈이 몇 번 수습되고

지난 가을 터진 가슴의 어둠 새로

누군가의 살아 있는 오늘의 부끄러운 촉수가

싸리 유채 꽃잎처럼 꿈틀댄다

고향 텃밭의 허름한 꽃과 어둠과

구두는 초면 나는 구면

건성으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온 내게

고향은 꽃잎 하나 바람 한 점 꾸려주지 않고

영하 속을 흔들리며 떠나는 내 낡은 구두가

저문 고향의 강물소리를 들려준다.

출렁출렁 아니 덜그럭덜그럭.

 

- 곽재구, 「구두 한 켤레의 시」


결론을 먼저 말하면 고향을 다녀온 후 화자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치열하게 살아온 화자는 치열하지 못했던 지난 겨울의 자신에 대해 성찰하느라고 고향에 오랜만에 돌아왔음에도(오랬동안 신어 몇번이고 수선한 구두가 처음 올 정도로 오랜시간) 고향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것이죠.

 

이러한 마음을 시인은 낡은 ‘구두’를 통해 그리고 감걱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구두’가 낡도록 아마도 바쁘게 살았을 화자는,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을 다시 떠난 후에야 자신이 듣지 못했던 고향의 강물소리를 구두가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동안 고향을 돌아보지 않고 무심하게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있다. 특히 마지막 시행에서ㅕ ‘구두’가 들려주는 저문 고향의 강물소리’의 어감 변화(음성 상징어 찰랑찰랑에서 출렁출렁으로)를 통해 화자의 울림과 심화된 정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이 시는 고향을 떠나온 뒤에 떠올리는 고향 이미지에 대해 나타내고 있는 것이죠.

 

그럼 이제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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